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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웃는 남자’ 슬픔은 분명히 있지만 분노를 그냥 폭발시키지는 않는 수호

발행일 : 2018-07-18 22:20:46

EMK뮤지컬컴퍼니의 <웃는 남자>가 7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세계 4대 시성, 빅토르 위고 스스로가 꼽은 최고의 걸작으로, 이번 공연에는 총 5년간의 제작 기간, 175억 원대가 소요된 대작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그윈플렌 역 수호는 슬픔은 분명히 있지만 분노를 그냥 폭발시키지는 않으면서 일정 부분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하층민, 귀족, 극중극 배우, 세 가지 연기를 하면서 연기와 노래의 디테일한 표현을 통해 감정이입한 관객들을 끝까지 이끌고 간다는 점 또한 돋보인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입체감과 현장감 높은 무대,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메시지
 
<웃는 남자>는 음산하고 불안한 분위기로 공연이 시작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를 꽉 채우는 촘촘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영상으로 관객들을 어디로 데려가서 시작할지 명확하게 안내한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한 번 들으면 두 번 듣고 싶어지는 비참하고 신비한 이야기’라는 작품 속 표현처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는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가진 그윈플렌(박효신, 박강현, 수호 분)이 눈과 손이 돼 보호하는 데아(민경아, 이수빈 분)는 앞을 보지 못한다.
 
데아의 결핍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스토리텔링을 위한 캐릭터 설정일 수도 있지만, 가지지 못한 자는 아름답고 노래를 잘 한다고 할지라고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거나, 혹은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런 데아를 완벽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조시아나 공작부인이 그윈플렌에게 끌리는 이유는 단순한 관심과 애정 때문이라기보다는 거울 자기대상이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에서 앤 여왕(이소유, 김나윤 분)의 동생인 조시아나 공작부인(신영숙, 정선아 분)은 대표적인 가진 자이다. 권력과 재력, 외모를 모두 겸비하고 있는데, 그런 그녀는 그윈플렌을 만나고 그에게 강력하게 끌린다.
 
조시아나 공작부인의 끌림은 충동적이라기보다는 운명적으로 보이는데, 금방 끌렸다가 다시 흥미를 잃는 모습은 표현적으로만 보면 뜬금없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적용하면, 그윈플렌이 그녀에게 거울 자기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확실한 개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는데,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기대상은 내가 나를 직접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보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이 반영하고 보여주는 나를 통해서 나를 확인할 수 있는 대상(상대방)을 뜻한다. 나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통해 경험하는 것을 뜻한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완벽한 것 같지만 내면에 치명적인 결핍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내면이 괴물과 같다고 여겨 세상만사를 지루하게 여긴다. 그윈플렌의 보고 “너의 얼굴이 내 안의 괴물을 비춰주네”라고 표현하는데, 그의 얼굴의 기형적인 모습에서 자기 내면에 있는 괴물을 비춰 찾았다고 볼 수 있다.
 
그윈플렌이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 것인데, 그의 기이하게 찢긴 입은 그녀에게 추악함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자기 내면의 정서와 공통점이 있다고 여기게 만들고, 그를 통해서 자기의 괴물 같은 내면이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하층민으로 알았던 그윈플렌에게 거부 받은 것은 스스로의 자신에게 거부 받은 것으로 느꼈을 수 있다. 자신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는 그윈플렌에 대해 더욱 강한 의욕을 보였던 그녀는, 그윈플렌이 하층민이 아닌 공작으로 인정받게 되고 자신과 결혼하라는 앤 여왕의 명령을 듣게 된 후 그윈플렌을 향한 마음을 급격하게 접는다.
 
이는 조시아나 공작부인이 청개구리 같은 성향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윈플렌이 공작으로 인정받으면서 높은 지위가 되면, 그에게서 더 이상 자신의 괴물 같은 내면과의 공통적인 정서와 아픔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하며, 위로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조시아나 공작부인 역 정선아는 호소력과 흡입력 있는 목소리로 괴물 같은 가창력과 연기력을 발휘했다. 무대 위의 바이올린 연주가 주는 서정성과 대비되는 매력을 펼쳤는데, 정성화의 안정적인 연기는 정선아의 질주가 대비돼 빛나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 세 가지 연기를 선보인 수호! 대화체의 뮤지컬 넘버를 소화할 때 마지막 음에서 떨림의 여운을 남기다
 
그윈플렌 역으로 출연한 수호 목소리는 여성적 정서도 찾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맑은 목소리를 구사하는데, 힘이 있으면서도 구슬픔이 녹아 있는 목소리로 뮤지컬의 정서를 이끈다. 수호가 노래할 때 가사전달력 좋다는 점은 감정이입에 도움을 준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에서 수호는 하층민, 귀족, 극중극 배우, 세 가지 연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극중극을 소화할 때는 인형극처럼 표현해 단순화하고 집중한다. 감정을 절제해 표현할 줄도 아는 연기자라고 느껴진다.
 
세 가지 연기를 모두 소화하는 수호의 모습을 보면 지나치게 여유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 가지의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입체적인 내면을 가지고 다이내믹한 삶을 견뎌낸 사람이라면 저런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연기를 수호는 보여준다.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슬픔은 분명히 있는데, 분노는 그냥 폭발시키지 않고 억제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수호는 그윈플렌의 감정을 중간에 모두 폭발시키지 않고 일정 부분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데, 관객이 그윈플렌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계속 응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데아 역의 이수빈을 손으로 받칠 때의 디테일한 배려도 주목됐는데, 이런 섬세함은 그윈플렌의 모습일까, 수호의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수호는 대화체의 뮤지컬 넘버를 소화할 때 마지막 음에서의 떨림이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윈플렌 캐릭터의 결핍을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게 만든다. 수호가 넘버를 부르고 나면 가슴속에 모든 게 다 해소돼 빈 공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일정 부분 해소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호가 귀족의 대우를 받을 때 부르는 넘버는 슬픈 여운을 주기보다는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전달하며 카리스마를 발휘하는데, 세 가지 연기에 따라 노래를 부를 때 디테일한 표현법도 달라진다는 점이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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