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오페라페스티벌, 광림아트센터 주최, 뉴오페라 페스티벌 2018, Amy’s Coffee와 함께 하는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이 7월 20일부터 2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공연 중이다.
직접 관람하니 한국어 대사와 함께 연극적 요소가 강조된, 정말 재미있는 미니멀리즘 공연이라고 느껴지는데,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는 걸크러쉬 스타일도 은연중에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한국어 대사와 함께 연극적 요소가 강조된, 정말 재미있는 미니멀리즘 공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작곡, 로렌초 다폰테 극본의 <피가로의 결혼>은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는 작품인데, 예술총감독 안균형, 연출 김지영은 연극적인 무대를 꾸며 더욱 재미있게 표현했다.
최종우 지휘로 뉴오페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는데,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모차르트의 매력적인 음악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를 느낀 후 허탈해지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은 오페라 전용극장이 아니고. 이번 공연은 마치 연극 무대인 것처럼 꾸며졌는데, <피가로의 결혼>의 소소하면서도 깊게 파고드는 본질적인 재미를 만끽하는데 적합하게 미니멀리즘을 선택한 것은 긍정적이다.
모두 다 연기를 재미있게 펼쳤는데 특히 안토니오 역의 김정현은 커튼콜까지 같은 설정을 유지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제3막에서 바르톨로(베이스 김남수, 이준석, 지광윤 분)와 마르첼리나(소프라노 정드보라, 김지윤, 김슬기 분), 피가로(바리톤 이광희, 왕광렬, 최병혁 분)의 과거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특히 환호했는데, 막장식 비논리적 설정이 주는 재미는 모차르트 당대와 현재 중 언제 더 크게 와닿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피가로의 결혼>은 독창의 아리아, 이중창, 사중창과 마지막에 모든 등장인물이 등장했을 때의 아리아가 모두 인상적이다. 격정적인 전율보다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디테일한 정서를 선택한 모차르트의 재치를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다.
◇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닌 이야기
알마비바 백작부인(소프라노 김수민, 김남영, 문한이 분)과 수잔나(소프라노 진유정, 유성녀, 김나영 분)의 사이가 처음부터 좋고, 돈독한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는 점은 <피가로의 결혼> 공연 전 해설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다.
피가로가 수잔나의 본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는 시간은 있지만, 수잔나가 백작부인을 오해하거나 백작부인이 수잔나를 믿지 못하는 시간은 없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잔나가 백작부인과 처음부터 대척점에 있는 관계가 아니라, 수잔나는 백작부인의 하녀이기 때문에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 되면 오히려 더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는데, <피가로의 결혼>은 그런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이 많은 예술작품에서의 관계성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가로의 결혼>의 설정은 지금 봐도 참신하다고 볼 수 있고, 백작부인은 걸크러쉬 캐릭터로 손색이 없다고 여겨진다.
작품 제목처럼 <피가로의 결혼>에서 일반적인 주인공은 피가로와 수잔나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백작(바리톤 백승헌, 김재섭, 정재환 분)과 백작부인이 더 비중 있는 주인공처럼 설정된 것도 이런 정서에 부합된다고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