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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새로운 무대 위 세상을 만드는 극단 노마드, 앙코르 산울림 고전극장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발행일 : 2018-07-24 18:00:36

▷ 파도처럼 밀려드는 고난과 맞서 싸워라.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올해 초, 많은 사랑을 받은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의 창작팀인 극단 노마드에 대해서 들어보고자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경 연출을 만났다. 대한민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셰익스피어의 <햄릿>. 극단 노마드는 ‘햄릿’을 현대의 청년으로 탈바꿈시켰다. ‘햄릿’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사고를 포기해버린 우리 사회를 재조명하고, 지키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꼬집어 낸다.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은 7월 18일에서 29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 중이다.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Q1. 극단 노마드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극단을 창단하던 시절, 삶이 꼭 유랑 같다는 생각에, 또 연극이란 예술 역시 어딘가에 정착하기보다는 흘러가는 시간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유목민’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노마드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며 새로운 자아를 찾아나서는 철학적인 개념을 갖고 있어요.
 
처음엔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근심과 걱정을 풀고 갔으면 좋겠단 생각에 팀 이름을 극단 해우소로 짓고 싶었으나 단원들이 팀의 운명은 이름을 따라가게 된다며, 극단 ‘똥통’이라는 별명이 붙을 거라며 극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노마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극단 노마드는 시대에 발맞춰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상업화된 연극을 지양하고, 삶을 관통하는 보편적 논리를 작품 안에 담아내어 동시대 관객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순수한 본질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무대 위 세상을 만드는 것, 그리하여 예술이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것이 노마드의 예술적 목표입니다.
 
Q2-1. 지금까지 극단 노마드의 작품을 살펴보면 음악을 자주 사용하시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작품이 결정되면 전 먼저 여러 장르의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는 것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작품이 두루뭉술한 형태를 가지고 머릿속을 유영할 때 새로운 음악, 혹은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들리는 음악이 작품에 영감을 주거나 모호한 장면을 구체화 시키곤 합니다.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작품과 만나 극의 흐름을 증폭시키는 시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음악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극 안에서의 음악은 극의 일부죠. 하지만 그 일부는 꼭 거기, 그 순간에 존재해야만 합니다.
 
Q2-2. 지금까지 극단 노마드의 작품을 살펴보면 <백묵원-유전유죄, 무전무죄>에서는 신문지 등 종이를 잘게 찢었고, 이번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에서는 스티로폼 알갱이로 무대를 채우는 등 무대 전체를 뒤덮는 듯한 연출을 자주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첫 시작은 무대 디자이너의 부재가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빈 무대를 초라하지 않게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렇게 무대를 쓰다 보니 오히려 빈 무대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구획되지 않은 공간 - 그 공간은 배우의 말 한마디, 다른 호흡의 발걸음만으로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됩니다. 그것이 극장 안에서의 마법, 연극의 매력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빈 무대에 작품을 상징할 수 있는 오브제를 하나씩 선택하여 무대를 채웠습니다.
 
<백묵원> 같은 경우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이 온통 쓰레기 천지다’라는 의미에서 신문지를 선택했고, 햄릿의 경우는 묻힌 이야기, 파헤쳐질 이야기에 의미를 두고 모래를 대체할 스티로폼을 사용한 것이지요.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Q3. 고전을 선택한 이유, 많은 고전 중 햄릿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역사를 관통하는 보편적 의미, 그 진리를 현대의 가치에 치환하여 재창작하는 작업에 큰 흥미를 느낍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죠. (하하) 하지만 그 작업은 나에게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 즐거움과 희열을 안겨줍니다. 몇 백 년 전의 작품을 현대의 이야기로 바꾸어 동시대 관객을 만나는 것, 그것이 고전을 가치 있게 이어나가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햄릿>을 선택한 이유는 행동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야만적인 인간에 모멸감을 느낀 작가가 생각하는 사람, 햄릿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유가 현대의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였고, 꽉 차있는 텍스트에 구멍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Q4. 이번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큰 이슈를 풍자한 요소들이 많았어요. 그것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사실 이 작품은 연극을 하는 자신에게 스스로 외치는 비명과도 같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고 비판하여 관객을 개도하거나 가해자를 단죄하고 피해자를 위로하겠다는, 그래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따위의 거창한 목적은 없어요. 실제로 연극을 하는 우리가 극의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할 것인가? 폴로니어스로 남을 것인가, 거트루드, 오필리어, 혹은 햄릿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봉착을 한 것이지요.
 
거기에 햄릿의 고민이 와 닿은 것입니다. 관객을 배제하고 극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만, 그 중심엔 분명 연극을 하는 우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관객분들은 극중 상황에 자신의 현실이 대입될 수 있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어디든 비슷하니까요. 결론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집약이 됩니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죽은 듯이 참지 말 것이며, 파도처럼 밀려드는 고난과 맞서 싸워라.’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Q5. 다른 <햄릿> 작품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햄릿>이 쓰이고 난 이후 하늘 아래 공연된 모든 <햄릿>은 다 다른 <햄릿>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의 큰 차이점을 하나 꼽자면 극중극 장면으로 극을 마무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6.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의 가장 큰 매력은?
 
정성진(배우) : 과거의 인물들의 시간과 현재의 인물의 시간을 나눠서 진행되다가 마지막부분에 서로의 시간이 맞물려지는 것.
 
이정모(배우) : 시공간 초월의 재미 그리고 극에 어우러지는 음악들
 
구자환(배우) : 과거와 현재의 매치업 혼돈의 카오스
 
윤담(배우) : 고전 햄릿 내용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 세상과 맞서 싸울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공감.
 
이일균(배우) : 기존의 원작과는 다르게 드라마의 결과를 확정짓지 않았기에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도 생각의 장을 열어준 것
 
이진경(배우) : 햄릿은 햄릿이었다.
 
장문영(배우) : 되돌릴 수 없지만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김종우(조연출) : 셰익스피어의 시적이며 고전적인 느낌의 대사들을 잘 살리면서도,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의 지점들이 잘 맞닿아있는 게 가장 큰 매력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Q7. 극단 노마드 팀원 분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기준으로 단원을 뽑는지(정기/객원 등), 현재 총 몇 명인지, 어떻게 노마드라는 집단을 만들게 되었는지 등 극단 노마드가 궁금합니다!
 
노마드 극단을 만든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 무대화하고 싶은 작품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극단 노마드는 총 7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원을 공개적으로 뽑지는 않습니다. 작업을 함께 해보고 저희 극단과 뜻이 맞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의사를 묻고 제안하는 편입니다.
 
Q8. 단체를 운영하거나 현재까지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좋았던 점/뿌듯했던 경험/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성진(배우) : 먼저, 힘든 점은 지원 사업에 지원했을 때 떨어지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러나 오래된 친구 같은 이들과 함께해서 좋고, 객석이 만석이 되었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그리고 저희 극단은 양평에 탈춤 전수를 하러 가는데 저희 극단만의 특별함이라고 볼 수 있죠. (하하)
 
이정모(배우) : 힘들었던 점은 함께 해야 하는 집단 특성상 시간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속의 안정감에서 오는 바이브, 그리고 가족이 있다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구요, 뭔가의 성과를 이뤄냈을 때 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극단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구자환(배우) : 역시 힘든 점은 개인과 극단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이고, 매 공연마다 실험과 창작을 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창작과 도전의 결과물이 호평으로 이어졌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매 공연 필수 아이템인 엠티의 추억들이 특별한 에피소드입니다.
 
김종우(조연출) : 연출님과 형님, 누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아직까지 힘든 건 없었습니다. 좋았던 점은 제가 극단 막내고 가장 늦게 들어와서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을 텐데 항상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늘 가르침을 주셔서 좋습니다. 뿌듯했던 건 제가 조금이나마 극단에 도움이 될 때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늘 뿌듯합니다. 특별한 에피소드라면 극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됐을 때 회식자리에서 ‘소주 한 병 더 시켜줘’ 라고 말씀하셨는데 말이 떨어지자마자 본인이 ‘여기 소주 한 병이요~!’ 라고 외치셔서 ‘와.. 나 정말 빨리빨리 행동해야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죠. (하하)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Q9. 극단 노마드 팀의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
 
8월에 페스티벌 참여 및 워크숍 계획, 12월 프로젝트 작품 등이 있지만 요즘 논의하고 있는 계획은 ‘노마드다운 삶’입니다. 삶에 얽매이지 않는 순간을 함께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녀볼 계획입니다. 극단원이 세계 여러 곳을 함께 다니다 보면 극장 안에서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 알지 못했던 나, 새로운 우리를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좋은 작품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정진하는 것이 극단 노마드의 향후 계획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은 불편할 수 있는 극입니다. 불편함을 넘어 불쾌할 수도 있는 극입니다. 다만 바라는 바는 그 불편함을 오롯이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감정이 불편함, 불쾌감으로 남지 않고 긍정적인 무엇인가로 치환할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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