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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무척 교훈적일 것 같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물체놀이극

발행일 : 2018-07-31 13:12:53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평강공주와 온달바보>가 7월 31일부터 8월 12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발레극 <똥방이와 리나>에 시작된 이번 페스티벌은,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의 덴마크 인형극 <빅토리아의 100번째 생일>, 8월 23일부터 9월 2일까지 CJ 토월극장에서의 일본 인형극 <피노키오>로 이어진다.
 
<삼국사기> 45권 열전 ‘온달전’을 원전으로 하는 <평강공주와 온달바보>는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신통방통 물체놀이극으로 예술의전당 주최, 이야기꾼의 책공연 주관으로 만들어졌다. 원전의 이야기를 고려하면 무척 교훈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것 같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펼쳐졌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인형과 물체의 움직임과 라이브 연주 소리를 통해 어린이 관객을 집중하게 만든 공연
 
어른을 위한 연극의 경우 대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어른 관객은 특히 심도 있거나 재미있는 대사가 펼쳐질 때 집중한다. 대사 하나하나에서 감동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른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사의 내용이다.
 
반면에 어린이 관객들은 대사가 조금만 길어지면 바로 지루해하며 집중력을 잃는다. 어린이 관객들이 언제 집중하는지 살펴보면 등장인물이 재미있는 움직임을 하거나 의성어를 비롯한 소리가 흥미를 유발할 때이다. 의성어를 곁들이며 살금살금 움직이는 동작을 무대에서 펼칠 때도 어린이 관객들이 집중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평강공주와 온달바보>는 두 명의 배우와 두 명의 연주자가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데, 라이브 연주는 배경음악이라기보다는 배우 혹은 캐릭터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어린이 관객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극 초반 배우들이 서로의 동작을 따라 하는 장면부터 어린이 관객들은 좋아했는데, 기침하는 동료에게 물을 주려고 하다가 물이 없으니 분무기로 물을 주는 장면, 커피포트를 거꾸로 들고 눈을 붙이니 평온왕의 얼굴로 바뀌는 등 아이디어 넘치는 디테일한 상황과 설정에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거워했다.
 
방석이 변신해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아주머니가 되기도 한다. 빗자루가 사람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말이 되기도 한다는 점은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고 생각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무척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말이 달리는 장면에서는 피아노 또한 타악기처럼 연주돼 관객들이 리듬에 맞춰 같이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는데, 이런 장면이 한 번 나온 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면서 공감의 정서를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 똑똑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원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
 
<평강공주와 온달바보>의 이야기 들려주기를 듣다 보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평온왕은 평강공주가 어릴 적에 울면 온달바보에게 시집보낸다고 계속 말함으로써, 어릴 적 평강공주의 잠재의식에 온달과의 결혼을 당연하게 여겨야 하도록 만든다.
 
온달이 바보가 아니라 장수가 되고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게 되면서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만, 만약 온달의 심성이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릴 적 아빠가 심어준 잘못된 이미지에 평강은 매우 불행한 삶을 살게 됐을 수도 있다.
 
똑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이런 이유로 평생을 이상한 굴레에 쌓여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진다. 평강과 온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지,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 중에는 슬픈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말을 할 때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해 바보로 살았던 온달이 평강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성장할 수 있고, 나도 누군가를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어릴 적에 공연과 작품을 통해서 접하는 것은, 무의식의 내재화라는 측면에서 어린이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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