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실황 <루살카(Rusalka)>가 8월 11일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열렸다. 용인포은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용인문화재단의 인기 상설공연 씨네오페라로 실제 오페라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에서의 영상과 소리가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리 짐머만 연출, 마크 엘더 지휘의 <루살카>에서 영생을 가진 자의 영혼에 대한 갈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데, 루살카가 희생한 불멸의 가치는 우리에게 평범함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길 원했던 드보르자크는 <루살카>에 너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기에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이 부족해 감정이입한 관객에게 많은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 루살카가 희생한 불멸의 가치! 우리에게는 평범함일 수 있다
<루살카>에서 욕구, 결핍, 복수는 극을 이루는 주된 정서에 포함된다. 루살카(소프라노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 분)는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불멸을 희생하는데, 관객에게 불멸을 희생할 만큼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는가 생각하게 만든다.
루살카가 희생한 불멸의 가치는 우리에게는 평범함일 수 있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분명히 슬픔이 묻어난다. 음악, 노래, 의상, 움직임 모두 그러한데, 왕자(테너 브랜든 조바노비치 분), 보드니크(베이스 에릭 오웬스 분), 예지바바(메조소프라노 제이미 바튼 분)가 보여주는 인물 캐릭터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다’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영생을 가진 자의 영혼에 대한 갈증을 보면서, 영혼을 가진 우리는 영생을 판타지처럼 부러워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 너무 진지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기 때문에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이 아쉬운 작품
<루살카>의 아리아는 충분히 좋은데 아리아를 듣고 난 후 관객은 흥분하지 않는다. 감정의 발산은 하지만, 감정의 폭발에까지 이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불멸과 죽음의 극한 감정을 다루면서도 루살카와 왕자가 함께 부르는 절절한 사랑의 이중창이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드보르자크는 <루살카>를 만들 때 너무 진지하게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오히려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이 부족하게 됐다고 생각된다. 감정을 발산해 관객들을 편하게 만드는 시간이 없다.
정제됨보다 폭발력이 가미됐다면 루살카 캐릭터의 답답함과 울분은 해소되며 진한 카타르시스를 남겼을 것이다. 캐릭터가 가질 수밖에 없는 답답함과 억울함은 아리아로 해소되어야 하는데 아리아 또한 너무 진지하다. 절제보다는 질주하도록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루살카에 계속 감정이입돼 있으면 관객은 힘들고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데, 과정에 대한 공유와 공감이 좀 더 무겁지 않게 펼쳐졌으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