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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EBS국제다큐영화제(3)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 남의 이야기,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는 이야기

발행일 : 2018-08-18 06:34:32

스기모토 아키코 감독의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Danchi Woman)>은 제15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18) 올드 앤 영 섹션의 아시안 프리미어(Asian Premiere) 상영작이다.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85세의 우치코시 시즈는 30년간 공공주택에 살면서 각종 기념품으로 집을 가득 채웠는데, 단지가 철거될 운명에 처해 이사를 해야 한다. 그녀의 새로운 집은 그녀의 기념품을 전부 담기에는 너무 작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념품이 되는 것처럼, 독신 노인들의 삶 또한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오래 살고 혼자 사는 영화 속 이야기는 남의 나라, 남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남의 이야기,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는 이야기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는 우치코시 시즈가 18살일 때 40살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자막으로 알려준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다른 사람이 돌봐주기는 했지만, 그 이후 거의 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온 것이다.
 
우치코시는 사람의 체취 대신에 각종 기념품으로 집을 가득 채우며 허전하고 공허할 수 있는 본인의 마음을 채우고 달랬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공간의 여유가 더 없는 일본의 집이기에 정말 많은 것이 꽉 차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백의 미는 미술 작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존재하는데, 좁은 집을 각종 기념품으로 가득 채워 여유의 공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 삶에서의 여백의 미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깝다.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물건에 담긴 기간과 기억을 끌어안고 사는 우치코시 시즈,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바로 들어가는 히라야마 레이코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에서 우치코시 시즈는 1926년생이고, 히라야마 레이코는 1936년생이다. 우치코시는 독신으로 살며 공장에서 일했고, 히라야마는 두 아이의 어머니, 주부로 산 후 수채화 교실을 열고 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사람에 대해 기억을 하는 방법이 다르다. 우치코시는 물건을 통해 그 물건에 의미를 부여했던 시간과 사람을 기억하는데, 히라야마는 사람 자체에 대한 기억으로 바로 들어간다.
 
표면적으로 볼 때는 우치코시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우치코시는 오히려 담담하고 평온하다. 외로움과 서글픔을 내적으로 승화해 궁극의 통합을 이뤄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을 보면 우치코시를 측은하게 여기는 것보다 우치코시의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겠다고 느껴진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시대의 노인층의 주거 문제는 아직 청장년기를 거치지 않은 세대의 주거 문제와 함께, 발전해가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단지의 마지막 주민들>은 현상을 서글프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삶의 자세, 생각과 가치관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너무 불편하지 않게 보면서도, 관객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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