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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피노키오’ 잘못했으면 다시 시작하면 돼!

발행일 : 2018-08-24 14:13:37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피노키오>이 8월 23일부터 9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발레극 <똥방이와 리나>, 물체놀이극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덴마크 인형극 <빅토리아의 100번째 생일>에 이어 공연되는 작품이다.
 
50년 전통 일본 인형극단 무수비좌의 정통 인형극으로 오노 마사오가 연출했다. 일본 배우들의 한국어 공연으로 주목되는데, 3인이 인형 하나를 조정하는 분라쿠 양식의 공연으로 움직임의 디테일이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피노키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피노키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한국어로 공연되는 일본 정통 인형극! 실력과 함께 배려와 노력이 주는 감동!
 
<피노키오>는 유랑극단 분위기의 무대에서 시작한다. 배우들은 공연 초반부터 관객석으로 훅 들어가 호기심과 친근감을 자극한다. 3인의 배우가 하나의 인형을 움직이는 모습은 인상적인데 2명도 아닌 3명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작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는데, 디테일한 표현에 감탄하게 된다.
 
마리오네트, 판자 인형, 반가면 등 다양한 형식의 인형 등장하고 서커스 장면도 나오고 인형극 중 인형극도 있다. 인형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해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마치 영화에서 원경과 근경을 잡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일본 배우들의 한국어 대사와 노래는 정말 돋보인다. 연극인데 뮤지컬처럼 노래가 있고 노래 또한 한국어로 진행된다. 나무토막에 의미를 부여해 피노키오가 되도록 한 것처럼, 대사와 노래를 한국어로 표현해 공연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50년 전통의 극단이기 때문에 본인의 전통대로 관람하기를 요청할 것 같은데, 마치 신생 극단처럼 한국어를 익혀서 연기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어를 사용하더라도 일본어 억양이 남아있는데 어색하기보다는 연극적 설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화체가 설정된 것으로 인정해도 큰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괜찮았다는 면은 무척 긍정적이다.

‘피노키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피노키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피노키오는 목수 할아버지의 자식이자 분신
 
피노키오가 목수 할아버지의 아들이 되는 것을 옛날에는 동화적인 설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요즘 인공지능 로봇시대의 개념으로 볼 때는 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목수와 피노키오는 거울 동작을 통해 교감하고 공감하는데, 미러링을 통한 라포르 형성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이 관객들은 무대 위 배우들과 대화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는데, 특히 관객석 불이 켜진 상태에서 공연되는 시간에는 더욱 그러했다.
 
한국어로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피노키오에 감정이입하기 더욱 용이한데, 거꾸로 매달려 있는 피노키오에 감정이입하면 내가 거꾸로 매달려있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진다.

‘피노키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피노키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거짓말하면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설정은 많은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인데 약간 길어지는 게 아니라 엄청 길어지게 만들어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피노키오>에는 주조연 인형만 있는 게 아니라 단역 인형들도 등장하는데,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처럼 뮤지컬신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만약 우리나라 작품이었으면 연극이 아닌 뮤지컬이라고 분류했을 것이다. 지나가는 단역 인형들이 대사만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데, 대사로만 구성하지 않고 움직임과 노래를 같이 배합한 것은 아동극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좋은 선택이다.
 
“잘못했으면 다시 시작하면 돼!”라는 메시지, 인간으로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시련의 제시, 삶과 죽음을 느낄 수 있는 검은 토끼 캐릭터의 등장 등은 아동극의 교훈성을 충족하게 만든다. 웃고 즐겼는데 남는 게 없는 공연이 아닌, 웃고 즐긴 후 감동과 교훈의 여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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