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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상영작 ‘이미 벌어진 일’ 이종성과 신수경의 감정에 몰입하며

발행일 : 2018-09-03 14:40:01

김효준 감독의 <이미 벌어진 일(What Happened Already)>은, 9월 11일에서 16일까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영등포 및 영등포구에서 열리는 제10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경쟁2 삶의 흑과 백 섹션의 상영작이다.
 
영화 초반부터 초근접한 카메라는 등장인물 안으로 훅 들어간다. 억울함과 분노, 좌절과 포기까지 다양한 내면의 스펙트럼을 표현한 이종성과, 관객의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만드는 신수경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 단편 영화 초반부터 바로 형성하는 정서
 
<이미 벌어진 일>은 은주(신수경 분)와 희정(김수현 분), 동현(최재웅 분)의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어디인지 바로 알지 못할 정도로 인물의 얼굴에 초근접한 카메라의 시선은, 단편 영화 초반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집중하게 만든다.
 
초근접한 영상이 주는 안정되지 않은 불안함은 추후 벌어질 일에 대한 뉘앙스적 암시의 기능도 한다. 전날 과음한 동현의 모습을 근접해 보면서 관객은 본인의 속이 울렁거리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참을 만큼 참은 후 할 말을 하기 시작하는 은주처럼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만약 영상이 전체적인 장면을 담았으면, 이런 밀착감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감독은 불편한 정서를 계속 점층적으로 쌓는데, 처음부터 몰입하지 않고 제3자의 입장에서 관조적으로 관람하던 관객들도 모두 감정이입할 때까지 밀고 나가는 우직함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몰입한 관객은 이런 상황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면서 답답해할 수도 있다.
 
◇ 억울한 정서를 표현한 주환 역의 이종성! 억울함에서 분노를 거쳐 좌절과 포기까지 다양한 내면의 스펙트럼을 표현하다
 
<이미 벌어진 일>은 주환(이종성 분)이 등장하면서 걷잡을 수없이 갈등이 확산되며 속도감을 낸다. 정의감이 빛나는 커플인 승아(박소영 분)와 성현(황재필 분), 말리는 행인인 진오(홍성관 분)와 효준(김준성 분)은 모두 감정의 질주를 한다.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누명을 썼다는 억울함,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대한 분노, 숨기고 싶었던 내면이 까발려진 것에 대한 좌절과 포기까지 이종성은 다양한 내면의 스펙트럼을 뛰어난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너희들이 하는 행동이 폭력이야.”라고 말하면서도 응징보다는 울분과 항변, 억울함을 표현하는 점은 인상적인데, 한 번에 과하게 감정을 다 발산하지 않는 완급 조절 또한 인상적이다.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이미 벌어진 일’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제공>

◇ 관객을 다시 제자리로 데리고 오는 신수경의 몰입된 연기
 
<이미 벌어진 일>의 반전을 맞이하면서 같이 비난하던 관객들 또한 당황스러울 수 있다. 공범이거나 방관자 혹은 동조자의 마음을 가졌던 관객을 신수경은 다시 제자리로 데리고 오는 몰입된 연기를 전달한다.
 
만약 신수경이 관객들을 원래의 위치로 제대로 데려오지 못했더라면,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보다는 죄책감에 찜찜했을 수 있다. 신수경이 보여준 집중력이 장편 영화에서 긴 호흡으로 펼쳐진다면 어떨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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