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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보이스 시즌2’(8) 손은서처럼 나도 동결 반응에 걸리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발행일 : 2018-09-07 00:03:06

이승영 연출, 마진원 극본, 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시즌2>(이하 <보이스2>) 제8화의 부제는 ‘나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이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하고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을 직접 응징한 박은수(손은서 분)처럼, 나도 동결 반응에 걸리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동결 반응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의식의 선택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권율의 빅피처! 과연 얼마나 촘촘하고 논리적일까?
 
<보이스2> 제8화에서 경찰서 내 대화를 다 듣고 있는 방제수(권율 분)는 강권주(이하나 분)가 도강우(이진욱 분)를 의심하게 만들고, 손호민(재희 분)을 이용해 박은수 납치했다.
 
닥터 파브르를 이용한 골든타임팀 박멸계획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닥터 파브르의 회원 사마귀(이정신 분)는 방제수의 행동책 중 하나인지, 아니면 더 큰 악의 축인지 궁금해진다. 방제수 뒤에 분명히 누가 있을 것이라고 많은 시청자들은 추측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마귀의 등장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자신이 한 일을 기억 못 하는 병인 블랙아웃에 걸린 이진욱! 사이코패스인가?
 
도강우는 자신이 한 일을 기억 못 하는 병인 블랙아웃에 걸려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점을 <보이스2>는 크고 작은 반전을 통해 계속 알려주는데, 도강우는 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경찰도 사람이거든. 누군가는 먹고살기 위해, 누군가는 멋진 경찰 제복이 좋아서, 또 누군가는 내가 어떤 놈인지 알기 위해 형사가 되기도 하니까”라고 도강우는 말하는데, 마지막 예는 도강우 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면 반전이 없이 너무 직설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동결 반응
 
아주 오래전에 우리의 조상인 원시인들은 야생동물에 노출돼 극도로 위험한 환경에서 살았다. 인간은 신체적으로 거대하고 힘 있는 야생 동물의 적수가 될 수 없었기에, 생존에 있어서 그런 야생동물들은 치명적인 위험 요소였다.
 
위협적인 야생동물과 만났을 때 맞서 싸우려는 사람과 도망가려는 사람은 모두 죽었고, 너무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굳어버리거나 기절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동결 반응이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의식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무의식이 동결 반응을 선택하게 되는데, 원시시대에는 최선의 생존 방법이었던 동결 반응은 오히려 현대에서는 위험을 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법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왜 손은서는 재희를 직접 응징했을까?
 
<보이스2> 제8화에서 전 남자친구인 손호민에게 납치되어 폭행을 당한 박은수는 동결 반응에 걸리지 않고 직접 손호민을 응징한 후 탈출한다. 박은수가 동결 반응을 극복한 것을 보고, 위기 상황에서 다른 여자들로 박은수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나도 박은수처럼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2> 제8화에서 박은수가 전 남자친구의 폭행에도 불구하고 동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이유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박은수에 대한 데이트 폭력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대화를 잘 들어보면 이전에 이뤄진 데이트 폭력에 박은수는 동결 반응을 보였다.
 
제8화에서 박은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전에도 “사귀는 동안 선배한테 한 번도 존중받지 못했다. 여기는 경찰청이다. 이런 거 엄연히 폭력이고 자꾸 이러면 체포할 수도 있다.”라고 손호민에게 말했었고, 변호사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에서 손호민이 다시 폭력을 가했을 때 이전에 말했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었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의식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너무 무서울 때 동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인데, 박은수는 손호민이 똑같은 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동결 반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재차 폭력을 가한 손호민에게 박은수가 끝까지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직접 응징한 것에 대해 통쾌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도 있고, 박은수가 쫓기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동결 반응을 일단 이겨냈지만 예상한 것 이상의 더 강한 폭력이 가해졌다면 박은수는 결국 동결 반응에 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직접 응징하지 않고 법적인 절차만 고집했으면,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박은수는 일반인이 아니라 경찰이다. 경찰 중에서도 골든타임팀 에이스 요원이다. 코드제로 사건을 대하면서 박은수는 동결 반응을 극복하는 연습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했던 것인데, 그런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박은수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보이스2> 제8화는 우리 사회의 질병과도 같은 혐오를 다뤘다. 데이트 폭력에서의 자기합리화는 가해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해자의 자기합리화는 의식의 측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의 자기합리화는 무의식의 측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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