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원 감독의 <위태로워야 했던 건 오직 우리뿐(Only All of Us)>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2018 BIFF) 와이드 앵글-한국단편 경쟁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만수(이강한 분)는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미자(송예은 분)와 이별 여행으로 템플스테이를 떠난다. 만수는 카메라로 여행의 모든 것을 기록하려고 했지만, 여행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제목을 생각하며 관람하면, 제목 자체가 암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 이별의 과정을 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만수는 감독의 자화상?
영화에 각각 두 명씩의 대화가 나온다. 운전을 하며 차 안에서 하는 얼간이1(이건희 분)과 얼간이2(한유원 분)의 대화, 그리고 버스 안에서 만수와 미자의 대화는 사소한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네 명의 인물은 모두 감독의 일부이거나 혹은 주변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대화 내용의 디테일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더라도 영화에 몰입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대화를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면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기에 더욱 감정이입해 관람할 수도 있다.
이별의 과정, 이별의 시간, 이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세상에서 나보다 괴로운 사람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세상이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모든 게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나와 세상이 무너지는 이런 감정을 아티스트는 직업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작곡가는 그 감정을 곡으로 만들기도 하고, 작사가는 절절한 심정을 가사로 적는다. 시인은 이별의 시를 쓰고,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는 이별 이야기를 글로 쓰기도 한다. 이별 여행의 모든 것을 카메라로 담으려는 만수의 모습이 감독의 자화상처럼 보이는 이유일 수도 있다.
◇ 기록 이별 여행이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이별을 직감하는 혹은 대비하는 시간은, 이별하지 않도록 마지막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거나 이별을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덜 주며 가능한 좋게 헤어지겠다고 준비하는 시간이다.
<위태로워야 했던 건 오직 우리뿐>에서 만수는 그런 이별의 시간을 모두 카메라로 기록하려고 한다. 아티스트가 아니라도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는데, 이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낼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에게 이별의 시간은 더 이상 절절한 감정이 살아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영화에서 기록 이별 여행이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이별에 대한 순수성, 진실성, 절박함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수에게는 미자보다 카메라가, 카메라에 남는 사진이 더 중요하다고 보인다. 미자 또한 만수보다도 그냥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할 뿐이라고 보인다.
제3자적 시각으로 볼 때 이별의 시간을 카메라로 담는 것은 아름답고 낭만적일 수도 있지만, 내 이야기라고 감정이입할 경우 이별 여행은 감정의 사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 템플스테이로 떠나는 이별 여행! 영화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은 하는 사람은 어린보살 역의 임정현
영화에서 역동적인 갈등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각자 자신의 성향과 취향, 의도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네 사람의 이야기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어린보살 역의 임정현이다.
임정현은 훈계조로 말하지는 않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임정현이 중심을 잡지 않았다면 이별 여행과 템플스테이는 정서적으로 괴리감이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냥 스쳐가는 역할처럼 보이지만 관객이 감정선을 이어가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임정현이 잘 표현한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