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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2018 부산국제영화제(6) ‘눈물’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그들이 알고 있다면

발행일 : 2018-09-29 09:13:50

오성호 감독의 <눈물(Tears)>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2018 BIFF) 와이드 앵글-한국단편 경쟁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가난한 커플이 3주년 기념일을 맞아 그럴듯한 데이트를 하려고 지만, 그들의 계획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홍민(곽민규 분)은 여자친구 미진(손예원 분)에게 더 좋은 것을 사주고 싶은 마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무척 크지만 돈이 없다. 홍민은 돈이 없는 만큼 자신감도 줄어들고 구차해진다.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돈이 없는 남자! 경제력에 대한 비하는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아킬레스건!
 
<눈물>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돈이 없는 남자는 돈 때문에 모든 생활에서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자친구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돈이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기 때문에 돈이 없는 남자가 자존심을 상해하는 것도 있지만, 돈이 없다는 것 때문에 남자는 스스로 위축되고 위축된 만큼 반대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포용력, 이해심, 배려심과 같은 덕목들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원래 포용력 있고, 이해심 많고, 배려심 뛰어난 사람이었더라도 돈에 쪼들릴 경우 주눅 들면 그냥 쪼잔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다.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눈물>에서 미진은 남자를 볼 때 돈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아니다. 돈돈 하면서 돈에 집착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홍민의 행동으로 인해 짜증이 나고 화가 나면 홍민의 아킬레스건인 돈이 없음을 언급한다. 홍민뿐만 아니라 경제력에 대한 비하는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아킬레스건이다.
 
미진은 준비성이 부족하고 대책을 세워 행동하지 않는 홍민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홍민이 노력해서 변화하기를 바라지만 홍민은 바뀌지 않는다. 미진이 폭발하면 욕을 하거나 한심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홍민은 이 모든 게 돈 때문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많다.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실제로 미진이 가진 불만이 돈만 있는 것은 아닌데, 홍민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한심한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포용력이 없어진 남자는 변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돈이 다가 아니지만, 홍민처럼 여자친구를 아끼고 사랑하고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가진 사람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 경우 정말 이해심 많고 포용력 높은 사람이 될 수가 있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력이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돈을 많이 벌기 전까지 일상의 평범함이 주는 위대한 행복을 깨닫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홍민과 미진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버스 안에서 어깨에 기댈 수 있는 행복! 일상의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그들이 알고 있다면?
 
<눈물>에서 홍민과 미진은 일상의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깨닫지 못한다. 돈이 없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에 실망하고 상처받는다.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상의 평범함에는 위대한 행복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돈을 더 벌기 전에도, 그 과정에서도 그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미진은 버스 안에서 홍민의 가방끈을 똑바로 올린 후 어깨에 기댄다. 버스 안에서 어깨에 기댈 수 있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소소함을 만끽하지 못한다. 일상이 주는 행복함을 그들은 강력하게 갈구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데,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눈물’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손잡고 거리를 걷기. 영화관에서 옆자리 앉아 팝콘을 나눠먹기, 지하철 타고 가면서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하기를 유명인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연기를 할 때나, 아니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외국에 나갔을 때뿐이다.
 
돈이 없으면 모든 게 다 안 풀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상의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기운을 내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어서 잘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자신감이 있어야 돈도 더 잘 벌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은 더욱 와닿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돈을 가지게 될 경우 제약이 줄어든 상태에서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이 시대의 많은 홍민과 미진은, 일상의 평범함이 주는 행복이 돈이 줄 수 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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