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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노화랑 상설 전시, 현실적 설정과 사실적 표현 사이의 생생함을 전달한 이호련 작가

발행일 : 2018-10-01 00:21:50

이호련 작가의 ‘OVERLAPPING IMAGE S100810L, Oil on Canvas, 162×260.6cm, 2010’은 노화랑 소장품 상설전에서 전시 중인 작품으로, 현실적 설정과 사실적 표현 사이에서 생생함을 전달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동영상을 하나의 화폭에 담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같은 여자로 추정되는 다섯 명의 여자는 투명도가 모두 다르게 표현됐다. 이 투명도의 차이는 시간의 변화를 상징할 수도 있고, 작가의 감성이 어디에 초점을 뒀는지를 의미할 수도 있다.
 
움직임의 디테일을 보면 정말 실제 동영상을 여러 장면 캡처해 합성한 것처럼 생생하다. 그림을 보면 그림 속 여자의 마음과 그 여자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작가의 마음이 같이 느껴진다. 즉, 작가는 그림 속 여자를 보여주면서 작가의 내면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OVERLAPPING IMAGE S100810L, Oil on Canvas, 162×260.6cm, 2010’. 사진=노화랑 제공 <‘OVERLAPPING IMAGE S100810L, Oil on Canvas, 162×260.6cm, 2010’. 사진=노화랑 제공>

‘OVERLAPPING IMAGE S100810L’의 젊은 여자는 작가에게 자기대상(self object)일 수 있다. 자기대상은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로 자기심리학을 발전시킨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이 말한 심리학적 개념이다.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는데,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기대상은 내가 나를 직접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보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이 반영하고 보여주는 나를 통해서 나를 확인할 수 있는 대상(상대방)을 뜻한다. 나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통해 경험하는 것을 뜻한다.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OVERLAPPING IMAGE S100810L’은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인데,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들어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작가는 젊은 여자의 살아있는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림 속 여자는 작가의 거울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작가는 본인의 마음을 젊은 여자에게 투사해 거울 자기대상을 직접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림을 보면 실제로 있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작가가 원한 모습일 것이라고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자는 정면의 얼굴을 보여주지는 않고 측면 얼굴을 보여주고 주로 뒷모습을 보여주는데, 젊은 여자의 얼굴에 본인의 얼굴을 그리고 싶었을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 흥미로워진다.
 
자신의 내면일 수도 있지만, 철저히 작가의 시선으로 작가가 원하는 대로 바라보는 여성상일 수도 있다. 작가가 원하는 완벽한 여성상을 수줍음과 과감함, 민망함과 도발적임을 공존하게 만들어 표현했을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림 속 여자는 작가의 이상화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작가는 본인과 공존하면 본인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젊은 여자와 이미지를 융합하려는 마음을 그림에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작품 속 여자로부터 느껴지는 생생한 움직임은, 젊고 밝은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 작가의 의지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호련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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