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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시댄스 난민 특집(3) ‘국경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현대무용, 역동적 안무 뒤에 바로 이어지는 많은 양의 대사

발행일 : 2018-10-05 00:44:19

루카 실베스트리니 안무, 프로틴 무용단의 <국경 이야기(Border Tales)>는 10월 4일부터 5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8, 시댄스 2018) 난민 특집의 세 번째 작품으로, 다국적 무용수들이 겪은 그들의 경계선상의 이야기와 긴장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바운스의 감성과 다운바운스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룬 공연으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연극적인 요소가 부각된 작품이다. 특정 지역 출신의 사람은 철저하게 그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경 이야기’. 사진=JANE HOBSON 제공 <국경 이야기’. 사진=JANE HOBSON 제공>

◇ 추구하는 것은 업바운스의 자유! 현실은 중력에 얽매인 다운바운스의 움직임!
 
<국경 이야기>는 무대 위 사각의 무대가 설치됐고, 그 무대의 세 면에 각각 두 개씩의 의자 여섯 개와 드럼을 비롯한 악기들이 배치돼, 무용수들이 맨발로 무대에 오르기 전에 관객을 먼저 맞이한다.
 
소음과 같은 음향은 안정돼 보이는 무대를 안정되지 않은 불안한 공간으로 느끼게 만든다. 튀어 오르고 싶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바닥을 이용한 안무를 초반에 주로 펼친다. 추구하는 것은 업바운스의 자유인데, 현실은 중력에 얽매인 다운바운스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전 세계 곳곳이 고향인 무용수들의 출신 지역만큼 춤의 종류도 다양함을 보여주는데, 공연의 마지막에는 업바운스의 경쾌한 움직임도 펼쳐진다. 바닥을 이용한 안무를 소화하는 무용수는 무척 유연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몸으로 표현하는 안무와 소리로 표현하는 안무가 조화를 이루는데, 진한 타악 연주와 함께 라틴 스타일의 춤이 흥겨움을 더하기도 한다. <국경 이야기>는 갈등이 있지만 어둡고 무겁게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경 이야기’. 사진=JANE HOBSON 제공 <국경 이야기’. 사진=JANE HOBSON 제공>

◇ 조명으로 표현한 국경! 국경은 국가가 다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언어가 다름을 의미하기도 하고, 종교가 다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경을 상징하는 무대 바닥의 조명은 인상적이다. “아랍어가 모국어인 기독교인, 그게 나의 정체성이다.”라는 표현처럼, <국경 이야기>에서 국경은 나라가 다름을 의미하기도 하고, 언어가 다름을 의미하기도 하고, 종교가 다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경을 넘어온 다문화는, 같은 국경 안에서 다양함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혼재한 모습을 지니는데, 그런 모습 자체가 정체성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느껴진다.
 
◇ 대사가 상당히 많은 무용 공연! 연극적 요소로 스토리텔링을 공유하다
 
<국경 이야기>는 이야기가 있는 현대무용이다. 움직임만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다. 대사에는 ‘죄책감, 문화, 믿음, 친구, 이해, 자긍심, 도움’ 등 내면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이 사용된다.
 
<국경 이야기>는 대사에 전무 몰입해 이해하려고 하면서 관람할 수도 있고, 대사의 전체적인 뉘앙스만 파악한 채로 무용수들의 안무에 집중할 수도 있고, 음악과 소리를 가장 먼저 들으며 관람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국경 이야기’. 사진=JANE HOBSON 제공 <국경 이야기’. 사진=JANE HOBSON 제공>

역동적인 안무 뒤에 바로 이어지는 많은 양의 대사, 호흡이 빨라진 상태에서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다양한 안무를 소화하는 것 이상으로 무용수들에게는 힘들 수도 있다. 무용수들에게는 힘든 도전이었을 수도 있고, 흥미로운 도전이었을 수도 있다.
 
관객석을 밝게 하는 시간이 여러 번 있는데, 관객은 제3자의 시야로 보고 있었다가도 밝아진 관객석 조명과 함께 순간 긴장할 수도 있다. 이때 만약 무대는 좀 더 어둡게 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국경 이야기>는 대사를 통해 다른 나라 출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자극과 경종을 함께 전달한다. 특정 지역 출신의 사람은 철저하게 그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관객들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불편할 수도 있고, 민감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밝게 승화했다. 국경을 넘어온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아픔과 상처보다는, 같은 국경 내에 있는 사람이라는 정서를 전제로 그 내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은 성향에 따라 이런 점이 편하게 관람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감정이입하기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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