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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유소라 개인전 ‘사소한 기념일’ 작품으로 감상하고도 싶고, 생활에 직접 사용하고 싶기도 하다

발행일 : 2018-10-07 15:27:50

유소라 개인전 <사소한 기념일>이 10월 3일부터 28일까지 롯데갤러리 영등포점, 11월 1일에서 25일까지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전시 중이다. ‘바느질’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일상의 시간을 기억하는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바느질 드로잉 평면, 오브제, 공간 설치 등을 볼 수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작품에 살아 있고, 흰색을 유지하며 색깔을 칠하지 않아 백의민족의 밝고 깨끗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무척 한국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예술로 승화하기 때문에, 유소라의 작품을 보면 작품으로 감상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생활에 직접 사용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 ‘일상인 된 날, 160×16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7’
 
‘일상인 된 날, 160×16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7’을 비롯한 <사소한 기념일>의 작품들은 재봉틀을 이용한 바느질로 만든 작품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드로잉을 한 후 바느질로 작품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바느질로 드로잉을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일상인 된 날, 160×16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7’. 사진=롯데갤러리 제공 <‘일상인 된 날, 160×16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7’. 사진=롯데갤러리 제공>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느낌, 사람의 온기가 작품 속에서 느껴진다. 드로잉을 하기 위해 배치를 설정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상에서 반복해 보이는 그대로를 그림이라는 기록으로 남겼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사람이 입고 있는 것 같은 핏을 보여주는 바지는 ‘일상인 된 날’을 일상에 머물지 않게 만든다. 사람을 일부만 표현한 것인지, 바지에 감정이입해 사람처럼 표현한 것인지, 작가의 분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 ‘거실 침대, 130×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5’
 
‘거실 침대, 130×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5’는 여백의 빈 공간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침실 침대가 아닌 거실 침대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면서도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느낌을 줄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거실 침대, 130×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5’. 사진=롯데갤러리 제공 <‘거실 침대, 130×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5’. 사진=롯데갤러리 제공>

촘촘하게 드로잉을 하기보다는 여백을 잘 살리고 있고, 선의 굵기도 진하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완전히 잠든 상태도 아니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상태도 아닌, 약간 피곤하거나 몽환적인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침대의 이불 안에는 인형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 눈을 선명하게 뜨고 있는데, 바라보는 시야가 아니라 측면이기 때문에 관람객도 같은 방향을 쳐다볼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일상을 표현하면서도, 작은 변화와 반전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 ‘12월 도쿄, 163×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4’
 
‘12월 도쿄, 163×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4’는 작품으로 즐기는 것도 좋고, 실제 침구류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이기 때문에 만져볼 수는 없지만, 바느질의 촉감을 느껴보고 싶은 작품이다.

‘12월 도쿄, 163×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4’. 사진=롯데갤러리 제공 <‘12월 도쿄, 163×130cm, 재봉틀로 드로잉, 2014’. 사진=롯데갤러리 제공>

실제로 전시장에서 ‘12월 도쿄’를 보면 바느질을 한 것을 확연하게 티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도적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고 노출한 실은,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느끼게 만든다. 드로잉은 작품의 기초가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에서 실을 노출한 것은 드로잉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다.
 
바느질을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현한 작가는, 즉흥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다채로운 색감을 나타내고 싶을 때 어떻게 내면을 다스리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그런 욕구가 크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내면에는 어떤 욕구가 가장 강한지도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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