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의 경상용차 ‘마스터’를 들여와 국내 상용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르노삼성은 16일 경기도 기흥 르노 R&D센터에서 열린 마스터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무대에 선 르노삼성 영업본부장 김태준 상무는 “어제(15일)까지 250여대가 계약되면서 우리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이제 고객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르노 마스터는 전장 5050㎜, 전폭 2020㎜, 전고 2305㎜의 제원을 갖고 있다. 현대 쏠라티가 각각 6195㎜, 전폭 2038㎜, 전고 2665㎜인 것에 비하면 조금 작다. 마스터는 2.3ℓ 디젤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36.7㎏·m를 낸다. 쏠라티는 2.5ℓ 170마력 엔진을 얹었다.
르노삼성은 이날 간담회의 상당 시간을 현대 포터·스타렉스와의 비교에 할애했다. 쏠라티 같은 차체 형태지만, 실제 경쟁은 포터나 스타렉스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르노삼성 측은 포터가 후륜 구동이라 겨울에 취약할뿐더러 보닛이 돌출되지 않아 충돌 안전성이 낮고 부식에도 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르노 마스터는 세미 보닛 타입이라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ESC(차체 자세제어장치), HSA(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그립 컨트롤 등의 안전장비가 많다고 부각시켰다.
르노 마스터의 가격은 S(스탠더드)가 2900만원, 라지(L)가 3100만원으로 책정됐다. 경쟁 모델인 현대 포터의 경우 다용도 탑차가 1992만원, 시티밴이 2326만원이다. 쏠라티 3인승 밴은 6390만원이다.
마스터의 적재함 크기(길이×너비×높이)는 S가 2505×1705×1750㎜(8.0㎥)이고, L은 3015×1705×1940㎜(10.8㎥)다. 반면 포터 다용도 탑차의 적재함 크기는 2835×1700×1470㎜이고, 시티밴은 각각 3000×1660×1770㎜이다. 적재 중량은 마스터 S가 1.3㎏, L이 1.2㎏이고, 포터 탑차와 시티밴은 모두 1.0㎏이다. 쏠라티는 적재함 크기 12.7㎥, 적재용량 1.3㎏이다.
르노삼성 측에 따르면, 1차로 한국에 들어온 물량은 200~300대 정도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일단 이 정도 물량만 팔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선 주문한 게 이 정도”라면서 “추가 도입 물량은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르노 마스터의 생산은 파리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바띠 공장에서 이뤄진다. 작년에 13만대의 마스터를 공급했으며, 최근 250만 대째를 생산했다. 프랑스에서 제조하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한국 시장에 맞게 저렴하게 책정했다.
르노 마스터는 유럽에서 350가지 버전으로 판매된다. 승합차와 캠핑카, 섀시 캡(일반 트럭 형태), 전기차(EV) 버전까지 갖추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들 네 가지 버전의 수입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공식적인 답변은 “검토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자와 따로 만난 르노삼성 고위 임원은 “이미 네 가지 버전 모두 검토를 끝냈고, 한국에 반드시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특히 르노삼성은 마스터의 반응에 따라 그 아래급인 ‘캉구’의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캉구는 일반 승용차보다 약간 높은 차체여서 운전이 훨씬 편하고 레저 생활에 활용하기에도 좋은 차다.
르노삼성 측에 따르면, 수입차는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15.2%,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34.6%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지만 경상용은 0% 수준이다. 이 시장에서 10% 이상 차지하겠다는 게 르노삼성의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50억~200억 매출 규모에 포터나 스타렉스를 3~10대 정도 보유한 기업에 마스터가 어울릴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업종으로는 도소매 업체나 특송 업체, 의료기기나 음향기기 등의 서비스 제공 업체가 해당된다. 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르노삼성은 특장차 업체와 협의 중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합리적 가격을 우선시해서 수동변속기 모델만 우선 들여왔으나, 향후 시장 반응을 보고 자동변속기 모델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