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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낚시꾼 스윙 최호성 왜 인기일까

발행일 : 2018-10-16 17:10:12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 그는 이 우스꽝스러운 스윙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오상민 기자)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 그는 이 우스꽝스러운 스윙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오상민 기자) >

하하하하! 대회장 티잉그라운드가 웃음바다로 변했다. 오~! 와와와! 곧이어 갤리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14일 일본 요코하마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제83회 일본오픈골프선수권대회 풍경이다. 갤러리의 웃음과 탄성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최호성(45)이다.

최호성은 요즘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의 스타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일명 낚시꾼 스윙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일본에서도 그를 응원하는 팬이 크게 늘었다. 그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갤러리의 박수와 웃음소리가 뒤섞이는 미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무대에 오른 개그맨을 반기는 관객들처럼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에 즐거워하는 갤러리가 많다는 것을 입증한다. 경기 후에는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가 30~40m가량 줄을 선다.

△경기 후 갤러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최호성. (사진=오상민 기자) 
<△경기 후 갤러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최호성. (사진=오상민 기자) >

낚시꾼 스윙은 말 그대로 스윙 모습이 낚시꾼의 몸짓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피니시에서 클럽을 세워 앞으로 달려 나가다가 한쪽 발을 들어 타구 방향을 조정하는 듯 자세를 취한다. 날아가는 볼을 진중하게 바라보며 상체를 좌우로 비틀어 보이기도 한다. 영락없이 월척을 낚은 낚시꾼의 몸짓이다.

사실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특히 그의 스윙을 매 대회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진기자들은 ‘재미있는 스윙을 하는 선수가 있다’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당시 일본 골프다이제스트 기자는 그의 스윙을 보며 ‘피샤만’이라 불렀다. 피셔맨(fisherman)의 일본식 발음이다.

낚시꾼 스윙은 이제 최호성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는 최근 친구의 권유로 낚시꾼 스윙 이미지를 새겨 넣은 골프클럽 헤드커버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반응도 좋다.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갤러리들은 그의 헤드커버를 보며 너나할 것 없이 ‘가와이~(귀엽다)’를 연발한다. 낚시와 생선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취향까지 제대로 저격한 결과물이다.

△최호성은 최근 낚시꾼 스윙 이미지를 새겨 넣은 골프클럽 헤드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최호성은 최근 낚시꾼 스윙 이미지를 새겨 넣은 골프클럽 헤드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

최호성은 2013년 불혹의 나이에 일본 무대에 뛰어들었다. 데뷔 첫해 두 번째 대회였던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에선 첫 우승을 달성하며 재팬드림을 예고했지만 데뷔 시즌을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상금순위 4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후 추가 우승도 없었다. 낚시꾼 스윙은 물론 최호성이란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결정적 이유였다.

그의 인기는 성적과 비례했다. 최호성은 올 시즌 14개 대회에 출전해 라이잡 KBC 오거스타에서 준우승했고, 간사이 오픈 골프 챔피언십에선 공동 10위를 차지, 상금순위 36위(1757만8758엔)에 올라 있다. 남은 대회 성적에 따라선 상위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골프 일본 시리즈 JT컵 출전도 가능하다.

△늘어난 인기만큼 책임감을 안게 됐다는 최호성. (사진=오상민 기자)
<△늘어난 인기만큼 책임감을 안게 됐다는 최호성. (사진=오상민 기자) >

올 시즌 성적과 인기라는 두 토끼를 손에 쥔 최호성은 뒤늦게 골프인생 단맛을 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거운 책임감도 떠안았다. 응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더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전과 다르게 진지하면서도 겸손한 선수로 바뀌었다.

최호성은 이시카와 료(27ㆍ일본)처럼 잘 생긴 얼굴도, 상금왕을 다투는 이마히라 슈고(26), 이케다 유타(33ㆍ이상 일본)처럼 발군을 기량을 가진 선수도 아니다. 그런 그가 일본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골프가 서툰 아마추어 골퍼에게서도 발견하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스윙이 오히려 친근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는 최호성을 응원하는 일본 골프팬들. (사진=오상민 기자) 
<△티잉그라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는 최호성을 응원하는 일본 골프팬들. (사진=오상민 기자) >

웃음을 유발하는 스윙으로도 정확하게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친근함을 싹트게 했다. 정형화된 프로골퍼의 스윙을 보면서 자신감을 상실했던 아마추어 골퍼들이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을 통해 지금껏 느낄 수 없던 골프의 또 다른 재미를 알게 됐다.

최호성은 개그맨이 아니다. 프로골퍼가 웃음으로서 인기를 끈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다. 그러나 웃음은 전 세계 어디서나 긍정으로 통용된다. 골프팬과 웃으며 소통하는 매개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돈으론 환산하기 힘든 가치마저 지녔다. 그런 면에서 낚시꾼 스윙은 골프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손색이 없다.

[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낚시꾼 스윙 최호성 왜 인기일까

골프·스포츠 칼럼니스트(ohsm31@yahoo.co.jp). 일본 데일리사 한국지사장 겸 일본 골프전문지 월간 ‘슈퍼골프’의 한국어판 발행인·편집장 출신이다. 주로 일본 현지 골프업계 및 대회장을 취재한다. 일본 가압골프추진기구에서 골프 전문 트레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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