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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시댄스 난민 특집(6) ‘칼날의 역설’ 회전하는 칼날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용기

발행일 : 2018-10-16 22:29:04

알리 모이니 안무 <칼날의 역설(MY PARADOXICAL KNIVES)>이 10월 16일과 1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로비에서 공연 중이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주최로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8, 시댄스 2018) 난민 특집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관객은 가능한 무용수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게 일반적인데, <칼날의 역설>은 회전하는 칼날을 보며 관객이 얼마나 무대에 가까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영상 촬영이 허용된 특별한 시간이었는데, 관객들은 더 가까이 가기보다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영상을 담는 것으로 무대에 접근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칼날의 역설’. 사진=selon l'heure CDC Toulouse 제공 <‘칼날의 역설’. 사진=selon l'heure CDC Toulouse 제공>

◇ 행위예술을 연상하는 퍼포먼스로 시작해, 끊임없는 연속 회전의 안무를 펼치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알리 모이니는 온몸을 칼날을 연결하면서 공연을 시작한다. 행위예술을 연상하게 만드는 퍼포먼스로 시작해, 소리가 나지 않게 작은 움직임을 보여주다가, 끊임없는 연속 회전의 안무를 펼친다.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 댄스 ‘데르비시’를 변형한 춤으로, 연속 회전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칼날을 이용하기 때문에 관객에게 더욱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다.
 
무용수의 몸에 연결한 칼날은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처음에는 가능한 소리가 나지 않게 움직이려고 한다. 평상시 우리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 움직일 때 특별한 주의를 하지도 않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는 점과 대비된다. <칼날의 역설>은 움직임에 제약이 따를 경우 움직임을 시도하는 것 자체부터 이야기는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칼날의 역설’. 사진=Christian Lutz 제공 <‘칼날의 역설’. 사진=Christian Lutz 제공>

◇ 노출이 많은 의상인가? 제약이 많은 의상인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무용수의 의상을 보면 노출이 많은 의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제약이 많은 의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보는 관객 개인의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이며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한데, 실제로 무용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 소리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무용 공연에서는 소리를 이용한 안무가 펼쳐지는 게 일반적인데, <칼날의 역설>은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움직이도록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용수는 점점 더 과감하게 회전을 하는데, 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순간 움직임은 한결 더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기 시작하면서 칼날은 바닥에 닿지 않는다, 마치 놀이동산의 회전놀이기구처럼 공중에서 회전을 하면서 부딪치는 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칼날의 역설’. 사진=Claudia Mateus 제공 <‘칼날의 역설’. 사진=Claudia Mateus 제공>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법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방법과 빨리 움직여 칼날이 공중에 뜨게 해 부딪칠 시간을 주지 않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칼날의 역설>은 직접 보여준다. 마치 비행기가 거의 정차해 있을 때와 하늘을 날고 있을 때 소음이 적고, 이륙과 착륙 때 가장 시끄럽다는 점과 비슷하다.
 
무용수는 공연 내내 쉬지 않고 연속 회전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절규의 정서가 느껴지는 노래였다. 이번 공연은 공연장 내부가 아닌 자유소극장 로비 공연에서 펼쳐졌는데, 무용수는 관객과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칼날이 가진 날카로운 긴장을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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