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미 감독의 <하녀들(Domestic Servants)>은 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2018) 국제경쟁 섹션에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오직 인터넷에 떠도는 저작권이 소멸된 자료들의 모임으로만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편집의 중요성을 보여준 ‘저작권 소멸 재활용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내레이션을 통해 알려주는 특정한 틀의 반복은 기존 자료의 활용을 더욱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만든다. 나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나의 능력에 대한 취합을 <하녀들> 스타일로 만들어보는 것도 무척 의미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 편집의 중요성을 보여준 작품, 저작권 소멸 재활용 애니메이션
<하녀들>은 ‘이 영상은 저작권이 자유로운 옛이야기, 노래, 그림, 동영상, 그리고 목소리의 합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세계의 드넓은 망(World wide web)에서 자유롭게 부유하던 각종 자료들 중에서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운 데이터들을 모아 감독은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변형을 주기도 하지만 대칭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의 배경은 종이를 접어서 만든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고, 내레이션 또한 ‘내 아이, 네 아이, 내 남편, 네 남편, 나, 너, 함께, 우리’라는 개념을 반복하면서 대칭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녀들>은 편집의 중요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을 때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수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저작권 소멸 재활용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콘셉트는 단지 이 작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원천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것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하녀들>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물론, 표절과 단순 나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만의 조합법, 조합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 각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녀들>처럼 만들면 어떨까?
<하녀들>은 기존 자료를 위주로 만들어졌다. 만약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녀들>처럼 만들면 어떨까? ‘나’를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지 않고, 기존에 나와 있는 나의 모든 것들을 활용해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지 않고 기존에 내가 가졌던 것을 발견해 모으면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깨닫고 스스로 감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