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리스타 안무, 박슈타인하우스 프로둑치온의 <볼프강(Wolfgang)>이 10월 1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됐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주최,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8, 시댄스 2018) ‘난민 특집(Refugee Focus)’의 마지막 작품이다.
<난파선-멸종생물 목록(WRECK-List of Extinct Species)>, <추방(Displacement)>, <국경 이야기(Border Tales)>, <부유하는 이들의 시(Poem of the Floating)>, <망명(Ex.iL)>, <칼날의 역설(MY PARADOXICAL KNIVES)>, <나의 배낭(Mon sac au dos (My Backpack))>에 이어 여덟 번째로 공연됐다.
◇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인가, 인간의 탈을 쓴 늑대인가”
“My Grandfather was a wolf.”라는 대사를 무용수들이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하면서 <볼프강>은 시작한다. 동시에 늑대의 울음소리를 내다가 자연스럽게 노래로 이어간다.
이런 시작은 아카펠라 느낌을 주기도 하고(물론 음악이 있기는 했지만), 뮤지컬 영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원래 공연 시간보다 더 길게 공연을 했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장 여건에 맞춰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공연 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더 늘린 것이라는 점이다.
<볼프강>에서 늑대와 같은 움직임과 울부짖음은 무척 디테일이 강했다. 비스듬히 앉는 듯 눕는 듯하는 자세는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늑대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인상적이었다.
늑대의 걸음과 인간의 걸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안무는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인가, 인간의 탈을 쓴 늑대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서, 공연 뒷부분으로 갈수록 강렬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 외워야 할 대사가 많은 무용 공연! 늑대무리(wolf+gang)와 난민의 관계는?
<볼프강>은 무용 공연인데 무용수들이 외워야 하는 대사가 연극 못지않게 많은 작품이다. 많은 대사는 재미를 주기도 하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안무로 표현된 동작에 저런 정서와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도 한다.
늑대무리와 난민의 연결 고리는 이전의 난민 특집 작품에 비해 약해 보인다. <볼프강>은 난민 특집의 작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난민이라는 개념을 제외하고 관람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정중동의 움직임, 동중정의 움직임에 이어, 마지막에 무용수들은 전라의 노출을 보여주는데, 살짝 각도와 위치의 변화를 주기보다는 관객석 가까운 곳에서 정면으로 노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볼프강>에서 옷을 모두 벗는다는 것은 어떠한 탈이라도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시각적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무용 공연에서 전라의 노출이 있는 시간에 무용수들은 무표정한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작품에 참여한 무용수들은 밝게 웃는 표정을 계속 지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어떠한 화장도 하지 않고 민낯을 드러내는 것처럼, 어떠한 탈도 쓰지 않고 민몸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행복한 일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면 관객들의 반응은 그대로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