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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7) ‘빛(The Shadow)’ 일기를 읽는 것 같은 내레이션

발행일 : 2018-10-19 00:02:06

김혜진 감독의 <빛(The Shadow)>은 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2018) 국제경쟁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같은 반 친구들의 증명사진을 나눠 갖는 것이 한창 유행이었던 시절을 그때의 증명사진을 보면서 떠올리는데, 일기를 읽는 것 같은 내레이션은 각자의 이야기, 개인의 이야기, 그 안에 있는 사람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빛’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빛’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빛과 그림자! 서로 상반되지만 같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존재와 상황에 대한 고찰!
 
이 작품의 한국어 제목은 ‘빛’이고 영어 제목은 ‘The Shadow’로 ‘그림자’를 뜻한다. <빛>은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은 의도적으로 상반되도록 만들었는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두 가지 제목을 모두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 감독의 참신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빛과 그림자는 서로 상반되지만 같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림자는 빛이 있기에 가능하고, 빛이 있다는 것은 그림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흑백사진의 추억을 회상한다는 측면에서 빛과 그림자라는 개념을 적용했을 수도 있다.

‘빛’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빛’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일기를 읽는 것 같은 내레이션,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빛>에서 대사와 내레이션은 일기를 읽거나 아니면 인터뷰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텔링과 관계성보다는 개인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관심을 기울인다.
 
개인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은 지금 시대에서 볼 때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사회 속에서 존재감이 줄어들고 자존감이 저하되면서, 나는 나라기보다는 내가 하는 역할로만 기억되고 평가되는 시대에 자기고백서 같은 <빛>을 보면 나도 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빛’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빛’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만약 <빛>이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너무도 강렬한 시각화로 인해 각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으로 이미지가 완충되면서 이야기를 더 편하게 할 수 있고, 더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됐다고 여겨진다.
 
<빛>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관객이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용기를 낸다면, 지난 시간부터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서 시리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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