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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창극단 ‘우주소리’(2) ‘이익’보다 ‘자기대상’의 관점에서 바라본 코아티와 실료빈의 협력

발행일 : 2018-10-24 00:20:56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2 <우주소리(Sound in the Universe)>에서 코아티(조유아 분)와 실료빈(장서윤 분)의 협력을 ‘이익(상호 이익)’의 관점에서 볼 수도 있지만, ‘자기대상’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더 이해가 쉬울 수 있다.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적용하면, 코아티와 실료빈이 마지막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개연성을 더 찾을 수 있고, 최후의 순간에 그들은 행복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심리학 이론 중에서도 대상관계이론은 개인 내부의 심리 못지않게 대상(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한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나의 가치와 의미, 매력은 나를 직접 바라봄보다는 나를 인정하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 코아티와 실료빈은 서로에게 거울 자기대상
 
코아티는 우주선을 직접 몰고 우주여행을 하는 10대의 소녀이고, 실료빈은 코아티의 몸 안에 들어가 생존하는 미세한 크기의 기생 생물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객체는 서로 닮은 점, 공통점이 있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여행을 좋아하고, 잘 모르는 상대방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기 전에 일단 존재 자체를 인정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이에게 해를 입히려고 하지 않고, 자신을 도와준 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점이 코아티와 실료빈의 공통점이다.
 
코아티와 실료빈은 각자 상대방의 내면을 반영한다. 자신의 마음을 반영받고 인정받는다. 서로가 서로를 경험한다. 코아티와 실료빈은 서로에게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코아티와 실료빈이 협력한 이유는 서로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이익’, ‘공동 이익’의 측면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서 둘의 선택은 ‘이익’의 측면에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둘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정말 좋은 친구였다는 것, 벅찬 모험을 했다는 것, 서로의 생명을 구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코아티와 실료빈은 서로가 서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거울 자기대상이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이런 의미를 서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둘이 거울 자기대상이라는 점을 느끼면서, “동료가 생겼네”라는 마지막 가사에 더 많은 눈물이 났다.
 
◇ 실료빈에게 코아티는 이상화 자기대상
 
<우주소리>에서 실료빈에게 코아티는 거울 자기대상임과 동시에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실료빈은 기생 생물이기 때문에 숙주의 역할을 하는 코아티가 있어야 힘이 생기고 완벽해지기 때문에 먼저 생물학적으로 이상화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실료빈은 코아티를 이상화 자기대상으로 여긴다. 자신의 본능을 이성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종족 중 멘토의 도움이 필요한데, 실료빈은 현재 멘토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런 실료빈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대상이 코아티이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실료빈을 향해 코아티가 한 “그만 울어, 니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실료빈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실료빈이 안전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만든 대상이 코아티이다.
 
자기대상의 측면에서 보면, 코아티와 실료빈이 얼마나 공감을 했는지, 마지막에 극단적인 결단을 왜 할 수 있었는지, 그런 결정을 하면서 불행하기보다는 행복했을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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