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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1) ‘작은빛’(감독 조민재) 현재 나의 이슈의 근본 원인은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성

발행일 : 2018-11-11 08:20:15

조민재 감독의 <작은빛>은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본선경쟁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진무(곽진무 분)는 수술 후에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억해야 하는 것을 캠코더에 담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족들에 대한 기억과 기억나지 않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작은빛>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본다면, 감독은 숨기고 싶을 수도 있는 것을 영화를 통해 자기개방(自己開放, self-disclosure)하는 용기를 냈다. 감독은 앞으로 더 많은 내면의 재료를 통해 더 멋지고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된다.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사라져 내 기억에서 없어질 수도 있는 나! 이미 사라져 나에게 기억나지 않던 아버지!
 
기억은 일반적으로 과거를 기본으로 한다. 기억한다고 하면 주로 과거에 대한 것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작은빛>은 두 가지 기억에 대한 관심을 통해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엮는다.
 
잊힌 과거의 기억과 잊힐 수도 있는 미래의 기억 사이에는 진무로 표현된 ‘나’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작은빛>은 두 가지 사건을 다루면서 결국 ‘나’라는 사람에 집중한다. 과거의 아버지를 분명히 떠올리는 것은 맞지만, 아버지 자체로 떠올린다기보다는 현재의 나와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의 관계성 속에서 아버지를 떠올린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 필요가 있다.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영화 초반 새벽 일찍 공중목욕탕에 가는 장면은 작은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지만, 민낯과 민몸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정서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밤과 아침을 연결하는 새벽, 가족 외에 아무도 없는 목욕탕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잘 기억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다. 기억에서도 잊힌 아버지의 존재감이 영화 초반에 이미지적, 상징적으로 표현됐다고 볼 수도 있다.
 
◇ 카메라 안에 있는 카메라! 두 가지 카메라는 영화를 제3자의 시야로도, 진무의 시야로도 볼 수 있게 만든다
 
<작은빛>에서의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카메라가 있다. 진무와 진무의 가족을 따라가며 영화를 찍는 카메라와 영화 속 진무가 기억해야 하는 것을 담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캠코더가 있다.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두 가지 카메라는 영화를 제3자의 시야로도, 진무의 시야로도 볼 수 있게 만든다. 진무를 응원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영화를 보는 만들기도 하고, 진무의 눈이 돼 몰입해 감정이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은빛>에서 캠코더는 찍기만 하는 게 아니라, 캠코더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매개체이다. 진무뿐만 아니라 숙녀(변중희 분), 현(김현 분), 정도(신문성 분), 호선(윤성원 분)의 개별 스토리텔링을 캠코더를 통해 보여주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 삶을 사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이 너무 불편해지지 않게 캠코더의 영상을 적절하게 사용한 점은 똑똑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아버지와 아들! 결핍과 성장! 현재 나의 이슈의 근본 원인은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성!
 
영화의 제목인 ‘작은빛’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버지에 대한 희미하지만 밝은 기억, 그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다시 살아나는 아버지와의 관계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뇌수술 결과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상징할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 중의 하나는 성인이 된 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이슈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력이다. 현재 내가 가진 이슈, 내 마음이 가진 고통과 괴로움의 이슈의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무척 많은데, 감독은 이런 심리적 통찰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현재 이슈를 가진 진무를 인정하고 위로한다.
 
<작은빛>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 기초로 했다면, 영화를 통해 자기개방을 한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영화적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조민재 감독은 앞으로 더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원천을 가지게 된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이다.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친엄마를 만났다고 하면서 “내가 왜 병신 같은지 알겠더라고. 다 병신이야”라고 말하는 정도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감독은 성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이슈의 근본 원인은 대부분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생겼다는 것을 작품에서 여러 차례 보여준다.
 
현재 나의 모습에 대해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 나의 모습에 대한 솔직한 직면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나의 지난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오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작은빛’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내 안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내 영화 속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마주하고 싶었던 감독은 내 안의 이야기를 할 용기가 있어서 <작은빛>을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누구보다도 내 안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영화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캠코더 영상의 영향도 있겠지만 <작은빛>을 보면 픽션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감독의 솔직한 진정성이 영화에 녹아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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