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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린내’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열려

발행일 : 2018-11-11 22:49:56

예술공작소 夢相 제작, 황대현 작, 권혁우 연출, 연극 <고린내>가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열린다. 김용선, 정아미, 한록수, 장연익, 장설하, 홍성숙, 이미애, 서지유 등 여성들만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연극으로, 집창촌의 중/노년 여인들의 삶을 소재로 한다.

‘고린내’ 포스터. 사진=예술공작소 夢相 제공 <‘고린내’ 포스터. 사진=예술공작소 夢相 제공>

젊음이 시든 뒷골목 여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혐오와 차가운 정의, 냄새나는 어두운 뒷골목에 살 수밖에 없었던 약자들에 대한 변명과 연민이 연극의 주된 내용이자 메시지다.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화려한 경력의 중장년여배우들이 함께했다는 사실로도 대학로 사람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받는 작품이다. <엄니인력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를 통해 약자들의 모습을 이야기했던 극작가 황대현의 시선은 여전하며, 30년 동안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연출 권혁우의 뚝심 또한 신뢰할만하다.

‘고린내’ 출연배우 및 스태프. 사진=예술공작소 夢相 제공 <‘고린내’ 출연배우 및 스태프. 사진=예술공작소 夢相 제공>

◇ 기획의도
 
2015년 <성을 파는 노년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인터넷 르포기사를 우연히 읽은 적이 있다.
 
“흔하디흔한 정의를 말 하는 사람들 중 몇이나 이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었을까. 뚜렷한 선과 악이 없어서 일까? 아니면 지저분해서 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우린 모두 비겁하다! 능력이 된다면 ‘이 분들을 어떻게 봐라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연극을 통해 하고 싶다. 연극이 아니, 예술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라 믿는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몇 달 뒤 <전 세계 매춘이 가장 심한 국가 2위> 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했다. 창녀와 성 매수자가 많아서 수치스럽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 때 그 기사에 난 이런 댓글을 달았었다.
 
“수치심? 가난하고 못 배우고 힘없는 여자들이 살기위해 우연하게 선택한 일 일뿐이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라도 가난하고 힘없으면 다 추해지는 거다. 추한 것을 사랑하고, 가까이 할 순 없다. 사람은 이기적 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국가가 사회가 그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간 개개인 삶에 대한 배려를 책임질 필요 없는 이기적개인과 같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수치심‘ 그것에 보편적 명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성 매수를 하는 남성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논조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들 중에는 사회적 약자가 상당수일 개연성이 있고, 그들은 자신의 남성성을 그런 식으로 밖에 확인할 수 없는 가여운 사람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건 윤리 도덕보다 근본적인 불평등의 문제다!
 
또 집창촌을 없앤 이유는 도시 노른자 땅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도덕윤리를 내세워 가진 자들이 더 갖기 위해 힘없는 창녀들을 결국 내 쫒은 것이다. 결코 인본적인 행위일 수 없다.”
 
그날 이 후 자료조사에 착수했고,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내 생각과 주장을 희곡 속에 담아내려 노력했고 부족한대로의 결과물이 지금의 희곡 “고린내”다.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이 작품의 당위성과 존재이유,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기획의도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 연출의도
 
시들은 꽃도 아름답다.
늙어가는 꽃도 아름답다.
늙어가고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다 하더라도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다.
 
6명의 인물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갈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늙고 버림받아서 시궁창 같은 인생 속에서도 죽음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도 찌그러지고 시들어가고 있다. 노년, 중년여성들의 힘없고 그늘진 삶을 극복해 나아가며 인간들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늙어가고 사라지고 버림받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보자" 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고린내“는 '살아보자'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인생의 여정과 여백들의 의미 안에서 연륜 있는 원로 및 중견 여성연극인들 통해서 여배우들의 위상과 연기의 기량이 아름답게 무대 위에서 활짝 꽃 피웠으면 합니다.
 
장가가는 마음으로 결혼하는 마음으로 창작극 “고린내”를 무대에 올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작가의도
 
1. 등장인물의 대사 중 강아지를 ‘똥개’라 말하는 장면은 사회가 이 사람들을 보는 눈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의 세계관과 사회비판의 메타포를 담으려 했다. “어릴 땐 예뻤는데 크니까 징그러”, “종자가 그러니 별 수 없다”, “동물병원에 가? 잡혀 먹히지 않고 제명에 죽은 것도 감사한 일이다.”
 
2. 포주가 마지막에 이 골목사람들과 헤어지는 건 본인에게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다. 청춘을 보낸 긴 세월과 식구 같았던 사람들과의 단절에 따른 아픔과 아련함을 “밥 먹고 가요”란 짧은 말 한마디로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연륜 있는 원로, 중견 여배우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호흡, 눈빛으로 ‘늙음’, ‘사라짐’, ‘버림받음’, ‘서로에 대한 연민’이라는 또 다른 서브 주제가 응축되어 여백 속에서 진하게 표현되리라 믿는다.
 
3. 작품의 마지막 미주와 경아의 이야기 속 사내들의 삶ㅡ “방법이 없으니까, 실패할 것을 아니까 자포자기하는 거야.”라는 경아의 말은 직접적 주제고, 약자들에 대한 작가 나름의 변명, 이해, 연민이다.
 
경아와 미주 두 사람이 절망적 상황에서도 “살아보자“ 말 하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이고, 보편적 존엄이라 믿는다.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절망적으로 관객들이 인지할수록 서로에게 기대려는 두 사람의 안간힘이 인간성을 극대화해 우리에게 삶의 환기와 새 세상에 대한 여지를 남겨주게 되리라 확신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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