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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20)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감독 김미영) 아버지와 딸의 관계성보다, 아버지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두다

발행일 : 2018-11-20 10:01:40

김미영 감독의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특별초청 부문에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하나(이유미 분)는 생물학적 아버지 철웅(이기돈 분)이 자신의 나이 때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 비디오를 보고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왜 엄마랑 헤어졌는지 왜 나를 버렸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런 그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더 집중하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데, 아버지와 딸의 관계성보다 아버지라는 사람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아버지와 딸의 관계성보다, 아버지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두는 독특한 시각을 가진 영화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는 딸 하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감정을 대놓고 실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와 태도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하나는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아빠를 퍼포먼스 비디오로 만났다는 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영상으로 내 나이 또래의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남 이야기를 하듯 말하면서, ‘아버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강철웅’이라고 제3자로 말하는 하나는,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속으로는 힘들었을 것이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영화를 펼치는 시야 또한 제목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눈앞의 아버지에게 나는 딸이라고 밝히지 않고, 아버지는 나를 백감독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서로 알고 있고 알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보인다. 관계성으로 바라보지 않고, 철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관계 개선의 시작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서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영화 제목이 와닿는다. 20년을 떨어져 있던 관계성을 단 한 번에 모두 다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모습과 마주칠까 두려워서 그럴 수도 있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과거에 꿈과 재능이 많았던 아티스트! 지금은 뭐하며 살고 있나?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에는 기억과 영상으로 기억되는 강철웅 이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철웅과 함께 예전에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일을 했던 사람들인데 현재는 세계 각국에 나가서 서로 다른 형태로 일을 하고, 때로는 예술을 떠나 다른 업종에서 종사하는 사람도 있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는 딸인 하나의 시야에서 진행되는데, 예전에 친했던 아티스트들의 기억과 모습을 현재로 모으는 것은 아버지 철웅의 시야로 진행된다고 볼 수도 있다. 철웅이 기억하고, 철웅을 기억하는 아티스트들을 현재로 다시 모으는 모습은 감독의 희망이자 의지의 표현이라고 추정된다. 실제 감독의 바람 혹은 경험이 철웅과 친구들의 에피소드로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연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 영화적인 것 같기도 한 연기를 펼친 이기돈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에서 철웅 역의 이기돈의 연기는 독특하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도적으로 인위적인 면이 공존하는데, 연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 영화적인 것 같기도 한 연기를 펼친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돈이 펼치는 전위예술은 배우의 재연이 아닌 원래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한 강철웅 캐릭터가 전위예술을 펼치는데 개연성이 느껴지게 만든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추락과 착지의 차이는 철웅의 현재와 과거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기돈은 이런 정서를 표현할 때도 디테일을 잘 살린다. 봉에서 떨어지는 것이 예전에는 착지라는 퍼포먼스였다면 현재는 실수로 인한 추락인데, 떨어지는 행동과 결과 자체에만 관객이 집중하게 만들지 않고 강철웅 캐릭터 자체를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이기돈의 연기력일 수도 있고 감독의 연출력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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