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영 감독의 <여보세요>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통일기획전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증상이 심해져 6.25때 헤어진 여동생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거나 전화통화를 하겠다고 조르는 것이 정은(이정은 분)은 당혹스럽다.
감독은 체제와 이념이 아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있다. 이전에 연출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여보세요> 또한 사건 속에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과 애정을 할애하는데, 감독의 따뜻한 마음과 정서가 관객들에게 선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 북한에서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고, 어떤 부탁을 받게 된다면?
<여보세요>는 북한에서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고, 어떤 부탁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예전 같으면 관계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보안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영화 속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긴장하며 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에서 우리나라로 전화를 걸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먼저 하기보다는, 나는 몰랐는데 언제부터 그런 게 가능해졌는지 주변 사람에게 묻거나 검색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청소년, 청년들보다 기성세대에게는 더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
북한은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이다. ‘이다’가 아니라 ‘였다’라고 표현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기존의 개념 자체가 흔들리는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최근의 남북 상황으로 더 이상 가장 먼 나라라고 생각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가깝다고 느끼기엔 괴리가 아직 클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기존에 믿었던 것에 대한 것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기에 더욱 복잡해졌다. 현재 우리가 우리 마음을 이해하는 것보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우리 후손들이 급변하는 시기에 있었던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 체제와 이념이 아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보세요>는 체제와 이념이 아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시야로 관람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시야로 영화를 보는 것 자체를 불손하게 여겼다는 점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다.
부지영 감독은 민감한 문제를 영화에 담으면서도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관객은 영화가 더 극적이면 좋겠다고 요구할 수도 있는데, 사건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람을 보는 관객은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매번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이전에 연출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감독은 <여보세요>에서도 사람을 바라본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차분히 다가간다. 영화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 수 있는 드라마, 웹드라마를 연출한다면, 감독의 이런 마음과 정서에 관객들은 더욱 몰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에서 사람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건을 좀 더 날카롭게 조명하면 감독이 바라보는 사람이 더욱 잘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부지영 감독의 마음과 정서가 관객들에게 위로와 힐링이 되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