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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25) 개막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1) ‘돌아오는 길엔’(감독 강동완)

발행일 : 2018-11-24 05:17:47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개막작은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 트라이앵글2018’의 신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강동완, 김한라, 임오정 연출)이다. 세 개의 단편인 <돌아오는 길엔>(강동완 연출), <대풍감>(김한라 연출), <내가 필요하면 연출해>(임오정 연출)를 개별적으로 제작하고 ‘독립(Independent)’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장편 옴니버스로 발전시킨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작품이다.
 
강동완 감독의 <돌아오는 길엔>은 가족 구성원 간의 이타심과 걱정,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고 있다. 갈등이 극대화됐을 때 영화적 반전을 주는 방법이 돋보이는데, 옴니버스 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누구를 위한 이타심이고, 누구를 위한 걱정인가? 가족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을 때 느끼게 되는 양가감정!
 
영화 제목은 ‘돌아오는 길엔’인데 ‘가는 길엔’에 대한 에피소드로 영화가 시작한다. 여행을 가는 차 안에서부터 가족 간의 갈등은 시작되는데, 가족캠핑이 처음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로운 장소와 행동으로 그간의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계속 역정을 내는 아버지(권해효 분)의 눈에는 사소한 것 하나조차 눈에 거슬린다. 놀러 갔는데 그냥 좋은 말로 해도 될 것인데 계속 뭐라고 한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김금순 분)도 걱정한다고 하면서 아들(곽민규 분)과 딸(윤혜리 분)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는다.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기분 좋게 놀러 가는 건데 그냥 이해하고 보호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평소에 참으면서 조금씩 했던 이야기를 한 번에 하는 것을 보면 그간 얼마나 답답하고 서로에 대해 불만이 많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엔>은 가족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을 때 느끼게 되는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고마우면서도 밉고, 불만이 있으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 부부 사이,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양가감정은 존재하는데, 영화 속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가족끼리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돌아오는 길엔>은 가족끼리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자식의 사생활은 존중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사생활은 존중받기를 바라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픈 관객도 있을 것이고, 다 위해서 그런 것인데 왜 나쁘게만 여기냐고 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을 무척 잘 존중해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집에만 들어오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를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데, <돌아오는 길엔>을 보면 소중한 사람일수록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일수록 내가 더 존중해야겠다고 반성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돌아오는 길엔’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갈등이 극대화됐을 때 영화적 반전을 주는 방법
 
말로 인한 갈등이 극대화됐을 때 음악으로 강약과 완급을 조절하는 방법은 영화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돌아오는 길엔> 또한 그런 영화적 분위기의 전환을 통해,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숨 쉴 틈을 준다.
 
결론이 나기 힘든 상황에서 갈등을 일단 접게 만드는 외적 원인을 통해 시각적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영화 후반부 뮤직비디오 같은 연출은 인상적이다. 내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답답하고 위험한 에너지를 외적인 원인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엔> 자체로도 그렇고, 옴니버스 영화 <잠시 쉬어가도 좋아> 전체로도 그렇다. 관객이 마음의 부담을 최대로 가지게 만든 상황에서 <돌아오는 길엔>이 끝났으면 그 여운 때문에 이어지는 작품을 깨끗한 도화지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척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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