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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26) 개막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2) ‘대풍감’(감독 김한라)

발행일 : 2018-11-25 03:01:58

김한라 감독의 <대풍감>은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이하 서독제)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개막작 단편 영화이다.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 트라이앵글2018’의 옴니버스 영화 <잠시 쉬어가도 좋아>의 두 번째 작품으로, <돌아오는 길엔>(강동완 감독), <내가 필요하면 연출해>(임오정 감독)와 함께 상영된다.
 
<대풍감>은 자신도 모른 채 지나가는 생의 빛나는 시간들, 지금이 찬란하다는 것을 지금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한 감독의 의지와 바람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사건보다 정서적인 면이 더 중요한데, 세 명의 주인공인 재민(류경수 분), 찬희(김욱 분), 연우(서벽준 분)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으면 어떤 디테일의 차이로 어떤 감성의 차이를 전달할지 궁금해진다.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자신도 모른 채 지나가는, 생의 빛나는 시간들! 지금이 찬란하다는 것을 지금 알 수 있다면?
 
<대풍감>은 감독의 의지와 바람이 들어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모른 채 지나가는 생의 빛나는 시간들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이 영화 속에 담겨 있다. 영화를 직접 보면 지금이 찬란하다는 것을 지금 알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할 수 있는데, 관객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감독 본인에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영화 제목인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절벽)이라는 뜻이다. 예전보다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의 청춘의 표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대풍감>은 현재 자체에 엄청 의미를 둬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않고 그냥 일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나고 나면 아름다웠던 시간들, 빛났던 시간들을 그냥 보여준다. 여행을 왔는데 모든 것이 그냥 똑같다고 생각하는 등장인물을 보면서 관객들은 스스로 지금 찬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을까?
 
서독제 상영 프로그램 중에는 토요일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5시간가량 이어지는 심야상영이 있다. 밤새 영화를 보면서 마치 여행을 가서 밤새 놀다가 새벽에 서울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간인데, 이런 시간에 <대풍감>을 본다면 주인공들처럼 여행을 온 듯 더욱 감정이입해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개막식 행사를 여행 프로그램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개막작으로 <대풍감>을 보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사건보다 정서적인 면이 더 중요한 영화
 
영화의 주인공은 남자 셋이다. 친구인 세 명의 남자가 여행을 갔다고 하면 사고를 치고 크고 작은 일탈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대풍감>은 세 남자에게 벌어지는 사건보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하는 정서적인 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친구인 세 명의 여자가 여행을 갔을 때 부각될 것 같은 정서적인 면을 세 명의 남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스펙터클한 일탈이 없이, 소소하지만 무척 진지한 이야기이다. 내면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재민, 찬희, 연우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공통적인 면이 있다. 재민, 찬희, 연우는 모두 감독의 서로 다른 분신일 수도 있다.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똑같은 시나리오로 재민, 찬희, 연우가 모두 여자였으면?
 
똑같은 시나리오로 재민, 찬희, 연우가 모두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똑같이 느껴지는 면은 무엇이고 다르게 다가오는 면은 무엇일까? <대풍감> 남자편과 <대풍감> 여자편을 대비되도록 만들어 옴니버스로 상영하면 두 버전의 차이와 디테일을 느끼면서 관람하는 재미도 색다를 것이라고 기대된다.
 
남자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도 소소하게 감정을 공유하며 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대풍감>은 실제로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펙터클한 사건이 있어야만 찬란하게 기억되는 게 아니라, 진실한 마음의 공감과 교감을 가졌던 시간 또한 찬란하게 기억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대풍감’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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