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27) 개막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3)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감독 임오정)

발행일 : 2018-11-26 09:44:35

임오정 감독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개막작 단편 영화이다.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 트라이앵글2018’의 옴니버스 영화 <잠시 쉬어가도 좋아>에서 <돌아오는 길엔>(강동완 감독), <대풍감>(김한라 감독)에 이어 마지막으로 상영되는 작품이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관계성을 맺는 화두는 ‘필요하다’이다.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도 중요하게 생각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내면을 이해하고 공감하면 마음이 아프다. 연기가 아닌 그냥 본인의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한 공민정의 연기력은,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영화에서 관계성을 맺는 화두 ‘필요하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갑작스러운 만남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길게 갈 것 같은 이야기는 예상보다 짧게 끝난다. 훅 들어갔다가 훅 나오는 이야기는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한 번에 데리고 갔다가 영화가 끝날 때쯤 다시 데려다주는 역할을 한다.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데, 영신(공민정 분)과 우희(이우정 분)의 대화를 들으면 관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남자 주인공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영화는 영신에게 남편이 필요한지, 우희에게 남자가 필요한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전화를 하게 되는 대상은 다르다는 점을 개연성 있게 알려준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개에게 감정이입해 자기개방을 하는 심리학적 이야기
 
낑낑거리는 개소리에 우희와 영신은 측은지심을 느낀다. 개에게 감정이입한 우희는 개의 모습이 자신과 같다고 하면서 내면의 이야기에 대해 자기개방을 한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필요한’ 이유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우희는 명확하게 알려준다.
 
우희와 영신의 말과 행동과 비슷한 상황은 실제로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그녀들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마음이 아프다. 리뷰 기사로는 정서에 대한 공감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공유할 수는 없는데, 관객과의 대화(GV; Guest Visit) 시간이라면 더 깊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연기가 아닌 그냥 본인의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한 공민정의 연기력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공민정은 연기가 아닌 그냥 본인의 모습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친다. 눈을 감고 공민정의 쉴 새 없는 대화를 들으면 성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더빙을 해도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목소리로만 이뤄진 라디오 드라마에도 어울릴 것이다. 많은 대사를 빠르게 소화할 때 공민정은 정말 수다스러운 대화를 하듯 자연스럽고 빠르게 말하면서도 높은 대사 전달력을 유지했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현장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공민정은 영신이 본인 자신인 것처럼 영신 캐릭터를 무척 잘 표현했다. 차 안에서 먹으면서 대화하는 장면 등에서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이하게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영화 속 공민정의 모습을 보면서 꼭 나 같다고 느끼는 관객도 꽤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공민정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내가 필요할 때 실제로 전화할 수 있는 친구일지도 궁금하다. 만약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라면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친 것이기 때문에 훌륭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공민정의 연기력이 필자에게 선사한 긍정성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