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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남자친구’(1) 박보검을 바라보는 영상, 박보검이 바라보는 사진!

발행일 : 2018-12-02 00:35:19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첫 방송(제1회)의 부제는 ‘마법에 걸린 거로 해두죠. 마법’이다. 마법에 걸린 거, 마법에 걸린 거로 해둬야 하는 대상은 송혜교(차수연 역)와 박보검(김진혁 역)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이기도 하다.
 
박보검을 바라보는 영상과 박보검이 바라보는 사진은, 시청자가 박보검을 바라보게도 박보검이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게도 만든다. 그림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전환하면서 이미지와 정서를 만드는 방법은 무척 인상적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압축된 예고편을 보는 듯한 인상적인 시작! 서사와 묘사를 절묘하게 이어 드라마 초반 정서를 빠르게 론칭하다
 
<남자친구> 첫 방송은 지나간 이야기를 빠르게 설명하는 서사로 시작해, 그림을 통해 내면 묘사로 들어갔다. 그림은 다시 애니메이션처럼 살아 움직이며 묘사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예고편으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서사와 묘사를 압축해 시작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시작부터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제1회 방송의 첫 1~2분을 제8회 정도 흐른 드라마 중반, 그리고 종방을 앞둔 마지막에 다시 펼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그림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이미지와 정서를 만드는 놀라운 방법! 장소와 화제의 변화를 관통하는 문!
 
<남자친구> 제1회 초반에는 송혜교가 바라보는 그림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고, 책의 사진은 현장 영상으로 이어졌다. 이 드라마는 미장센에도 엄청 신경 쓰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정서를 만드는 방법과 장소와 화제를 변환하는 방법에서 또한 시각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정서 변환, 장소 변환, 이야기의 화제 변환을 직접적으로 바로 하지 않고, 들어가는 문을 만들어 그 문을 통해 바꾼다. 그림과 사진이 들어가는 문의 역할을 한다. 감정의 점핑을 막고 심리적 개연성을 주고 있는데, 드라마가 한참 진행된 후 다시 돌아볼 때 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박보검을 바라보는 영상, 박보검이 바라보는 사진!
 
<남자친구> 제1회 촬영지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최근 여행 프로그램이 유행인데,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 만든 미장센보다 멋지고 낭만적인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국에서 처음 만난 박보검은 송혜교에게 이국적이라는 이미지를 주면서 시작한다. 여행이라는 판타지는 새로운 만남, 설레는 만남을 의미하기도 하고, 특히 <남자친구>에서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제약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만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박보검이 사진기 셔터를 누를 때 드라마의 화면은 멈춘다. 시청자는 드라마의 카메라 시선으로 박보검을 바라볼 수도 있고, 박보검의 사진기를 통해 박보검의 시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박보검에 감정이입했다가 잠시 떨어져 박보검을 바라본다고 느낄 수도 있고, 박보검에 감정이입했다가 송혜교에 감정이입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만든 뛰어난 영상미는 돋보인다. 이 드라마는 역대급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제1회부터 하게 만드는데, 미장센과 감정 처리 또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송혜교의 눈에 박보검이 들어오는 방법, 박보검의 눈에 송혜교가 들어오는 방법! 누군가가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
 
송혜교의 눈에 박보검이 들어오는 방법, 박보검의 눈에 송혜교가 들어오는 방법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 어떻다는 것을 <남자친구>는 따뜻하게 보여준다.
 
박보검은 석양을 보며 들으라고 송혜교에게 음악을 틀어준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춤을 추는 뮤지컬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뮤지컬신을 만드는 설정의 디테일 또한 돋보인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뮤지컬신이 뜬금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송혜교가 현재 느끼는 정서와 감정을 시각화했다고 볼 수 있다. <남자친구>는 개연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장면이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디테일을 확보해 채움으로써 관객들이 드라마적 환상을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남자친구>는 시청자들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아예 뒤집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대로 따라가지도 않는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주는 유연성을 발휘한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구두를 신고 계속 걸을 수 없게 된 송혜교에게, 박보검은 신발을 벗어서 주지 않고 자신도 신발을 벗어 같이 맨발로 걷는다. 이 드라마는 너무 뻔하게도 만들지 않고 너무 다른 곳으로 이끌지도 않는다.
 
작업과 배려 사이의 교묘한 줄타기는 송혜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든다. 내 어깨도 호강한다는 박보검의 멘트는 앞으로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얼마나 많은 주옥같은 멘트들이 이어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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