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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남자친구’(2) 송혜교를 통해 바라본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발행일 : 2018-12-03 03:29:17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제2회의 부제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이다. 송혜교(차수연 역)가 박보검(김진혁 역)에게 끌리는 것을 판타지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와 ‘맥락으로서의 자기(self as context)’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답게 사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송혜교는 회사 대표, 재벌가와 결혼하고 이혼한 사람, 정치인의 딸이라는 ‘개념화된 자기’에서 탈융합해 휴게소에서 라면을 사 먹고 싶은 ‘맥락으로서의 자기’가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낸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송혜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리고 같이 행동에 옮기는 인물이 박보검인데, 그냥 끌리는 이성의 대상만이 아닌 진짜 ‘남자친구’가 될 수 있는 필연적인 이유와 명분을 주고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
 
심리치료 방법 중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는 수용(Acceptance)과 전념(Commitment)을 강조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문제를 없애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문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더욱 초점을 둔다. 심리적 고통(Pain)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면서 더 큰 괴로움(Suffering)을 겪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수용과 전념이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개념화된 자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믿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자기를 뜻한다. ‘나는 회사 대표이다’, ‘업무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웃질 않는 얼음공주이다’라는 개념화된 자기는 ‘나’를 ‘회사 대표’에 융합해 나의 정체성을 ‘나=회사 대표’로 설정하고, ‘나’를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는 사람’에 융합해 ‘나=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 ‘나=얼음 공주’로 여기는 것이다. 개념화된 자기는 ‘직업적인 나’, ‘관계성 속에서의 나’, ‘심리적인 나’ 등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개념화된 자기가 과거의 나를 결정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나를 결정해버린다는 것이다. 나와 개념화된 자기가 융합됐기 때문인데, 탈융합되기 전까지는 개념화된 자기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사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맥락을 지켜보고 지금-여기의 경험을 조망하는 자기를 뜻한다. 회사 대표로 직원들과 함께 출장을 가는 중이지만, 휴게소에 들른 ‘맥락으로서의 자기’인 ‘나’는 라면을 먹고 싶은 것이다.
 
비서인 곽선영(장미진 역)은 송혜교의 사생활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념화된 자기’로 행동하길 요구하고, 송혜교는 ‘맥락으로서의 자기’인 휴게소에서 라면 먹기를 자제한 것이다. 최고급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개념화된 자기’도, 지금 당장 휴게소에서 ‘맥락으로서의 자기’가 먹고 싶은 라면을 먹지 못하면 나답지 않게 살고 있다고 느껴져 답답하고 불편해지는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휴게소에서는 라면이지!
 
<남자친구> 제1회에서 출장 중에 휴게소에 들른 송혜교는 “휴게소에서는 라면이지”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라면을 좋아하는 취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제2회까지 같은 맥락이 이어지면서 송혜교는 맥락으로서의 자기, 나다운 나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라면 먹고 싶은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지난번처럼 구설수에 오르면 안 된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회사 대표라는 개념화된 자기와 충돌한다. 개념화된 자기의 대표적 인물로 보이는 송혜교가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추구한다는 점은 차수연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회와 제2회를 보면 휴게소에서 한동안 라면이 인기 메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데, 일반인뿐만 아니라 실제로 개념화된 자기로 살아가는 사람 또한 휴게소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음식을 사 먹는 용기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 맥락으로서의 자기 추구는 송혜교의 심리 반전, 행동 전환을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암시의 역할을 한다
 
송혜교는 이혼을 했지만 이혼 조건에 따라 엑스 시어머니 생일 파티에 참여해야 한다. 이혼을 했다는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무시되고, 엑스 시어머니의 생일 파티에 참여하는 개념화된 자기를 송혜교는 강요당한다.
 
아버지가 정치인으로 당 대표였기 때문에 매사 조심해야 했던 송혜교에게는 개념화된 자기가 참 많다. 개념화된 자기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많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다, 송혜교가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추구하는 모습은, 송혜교의 심리 반전, 행동 전환을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암시의 역할을 하는데, 스토리텔링에도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박보검은 송혜교가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떠올리게 하고, 개념화된 자기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
 
박보검은 송혜교가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떠올리게 하고, 개념화된 자기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나의 내면 본모습일 때 만난 사람, 나를 나답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박보검이기 때문에 진짜 ‘남자친구’일 수 있는 것이다.
 
해외에 출장 온 회사 대표이자 호텔의 VIP인 송혜교는 개념화된 자기로 볼 때 전혀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지만, 혼자 관광을 나와 지갑을 도난당한 뒤 폰도 없는 무일푼의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결핍의 인물이다. 일시적일지라고 당사자에게는 중요한 결핍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박보검이 송혜교를 처음 만났을 때는 회사 대표인지 호텔의 VIP인지 몰랐고, 심지어는 지갑을 잃어버려 자신에게 돈이 있냐고 물어봤다. 송혜교는 맥락으로서의 자기일 때 처음 만난 박보검을 개념화된 자기가 됐을 때 다시 만나는데, 처음의 느낌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박보검은 송혜교를 송혜교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사람,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찾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송혜교는 박보검으로 인해 인형 뽑기를 하는 용기를 낸다. 그게 뭔 용기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념화된 자기에 매몰돼 있으면 절대 내기 힘든 용기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휴게소에서 라면 먹으러 갈 용기를 낼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인 박보검이 송혜교의 마음을 충분히 흔든 이유이기도 하다.
 
송혜교가 박보검의 잘생긴 외모, 친절한 매너에 급호감을 느꼈다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나를 나답게 만들었고 그런 용기를 내 실천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이 박보검이라는 점을 추가하면 송혜교가 박보검에게 끌리는 확실한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평범함의 가치,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
 
<남자친구> 제2회는 ‘평범함의 가치’ 또한 중요한 정서로 채택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내가 상사라서 신경 쓰이죠?”라는 송혜교의 질문에 “제가 직원이라 어색하시죠?”라고 박보검은 묻는다.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는 대화인데, 이 대화는 두 사람이 서로 밀접해지면서 평범함의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예상하게 만든다. 정서적 암시라고 볼 수 있는데, 특별함의 판타지 못지않게 평범함의 가치가 부각된다면 <남자친구>는 더 많은 시청자들의 환호와 열광을 받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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