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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모털 엔진’ 영화적 환상을 인정하게 만드는 디테일! 견인도시 ‘런던’ 내부는 편안/안락/넓은 공간, 외부는 크지만 격파 가능한 대상!

발행일 : 2018-12-05 09:35:00

크리스찬 리버스 감독의 <모털 엔진(Mortal Engines)>은 60분 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한 황폐해진 미래에 벌어진 인류의 생존이 걸린 움직이는 도시들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끔찍하게 무섭고 신선한 견인도시는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CG로 표현된다. 상황과 사건이 다를 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와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캐릭터는 감정이입해 몰입한 관객에게 영화 상영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도록 짧게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 끔찍하게 무섭고 신선한 견인도시! 상상을 뛰어넘는 CG 스케일 + 탄탄한 스토리텔링 + 매력적인 캐릭터
 
사람이나 일부 집단이 이동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도시 전체가 이동한다. 정착촌과 대비되는 이동식 도시인 견인도시는 미래판 유목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스케일이 확연히 다르다.
 
<모털 엔진>은 미래 시대의 모습을 다루고 있지만 일부분은 현재의 모습 같기도 하고, 일부분은 산업혁명 시대의 모습 같기도 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래시대 산업혁명 느낌을 주는 것이다.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작은 도시들을 추격하고 사냥하는 아이디어가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엄청난 몰입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준다. 움직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거대도시 ‘런던’, 탐욕스러운 거대도시 런던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려는 ‘저항 세력’, 숨겨진 공중도시 ‘에어 헤이븐’은 모두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흥미로운 점은 자세히 살펴보면 외부에서 바라본 ‘런던’과 ‘런던’ 내부에서의 느낌은 다르다는 것이다. 견인도시의 스케일 표현도 내외부가 다르다, 내부에서 볼 때 ‘런던’은 지하철로 가야 할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정말 큰 우주선 느낌의 규모로 보인다.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내부에서 볼 때는 편안하고 안락하고 넓은 공간인데, 외부에서 볼 때는 크기가 크기는 하지만 충분히 제어하고 격파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데, 중요한 점은 그런 상반된 느낌이 공존한다는 것도 따져가며 파악하지 않으면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영화적 환상을 인정하게 만드는 디테일이 돋보이는데, 이는 몰입한 관객을 그대로 영화 속에 남아있게 만든다. 논리적인 면을 맞추기 위해, 심리적인 정서를 훼손하지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게 되면서 부러워진다.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 세 종류의 악당이 있다. 헤스터 쇼는 빌런인가? 멋진 여전사인가?
 
<모털 엔진>은 빌런(악당)으로 볼 수 있는 세력이 세 종류가 있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악과 악의 대결로 볼 수도 있고, 각각 스스로 선이라고 여기는 선과 선의 대결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첫째, 테데우스 발렌타인(휴고 위빙 분)은 런던의 일등 역사학자 출신으로 계급이 높지 않았음에도 시민들의 찬사를 받는다. 아웃사이더의 감성을 가져 사람을 위해야 한다는 마음을 있으면서도, 권력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사람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이중성을 가진 악당이다.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둘째, 누군가를 암살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살아가는 헤스터 쇼(헤라 힐마 분)이다. 안나(지혜 분)와 함께 멋진 여전사 캐릭터로 돋보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전사라기보다는 개인의 복수를 행하는 또 다른 빌런일 수 있다는 뉘앙스도 주는 인물이다. <모털 엔진>에서 각각의 빌런 혹은 빌런 느낌의 인물은 모두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데, 헤스터 또한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반인반로봇 슈라이크(스티븐 랭 분)이다. 외모만으로도 엄청 위협적이고 무자비한 행동에 관객들 또한 멈칫하게 되기 때문에 첫 등장에서는 악의 화신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면을 가진 반전 캐릭터이다.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깊은 내면 어딘가에 남아 있는 기억에 괴로워하는 상처 입은 영혼인데, 다른 사람도 아닌 헤스터에게 버려졌다는 아픔을 참을 수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관객은 슈라이크 내면의 이중성을 알게 되면 더욱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마냥 공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두려워하며 미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모털 엔진>의 질주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완급을 조절하는 인물은 톰 내츠워디(로버트 시한 분)이다. 헤스터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로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존재였지만 런던의 실체를 깨달으면서 헤스터와 융합되는 인물인데, 현실에 사는 일반적인 우리들과 가장 닮아있는 사람일 수 있다.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모털 엔진>는 시각적 상상력이 뛰어난 판타지 블록버스터이다. 압도적인 영상미에 감탄하게 되는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내면 또한 살아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모털 엔진>의 엄청난 장점 중의 하나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들이 대규모의 물량공세로 시각적인 면에만 치중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만약 사람을 놓치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전 세계적으로 절대 호응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영화가 꼭 기억해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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