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은 안무, 메타댄스프로젝트의 <off station>이 12월 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한국무용협회 주최, 제39회 서울무용제(39th Seoul Dance Festival) 경연부문 참가작으로 여행 또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공간적으로,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의 공간, 지루할 틈 없이 빠르고 다채롭게 펼쳐진 움직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off station>을 관람하게 했다. 안무가의 의도, 안무가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알지 못해도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의 공간, 지루할 틈 없이 빠르고 다채롭게 펼쳐진 움직임
<off station>은 막이 오르면 바로 공연이 시작한다. 조명 등을 이용해 공간의 변화를 빠르고 극적으로 표현한 방법은 인상적이다. 스모그를 통해 무대의 선명도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인 김선주, 정진아, 방지선, 홍정아, 김성정, 김지은, 노학현, 고루피나, 김준혁, 김재민은 각자의 개성을 살린 역동적 동작을 펼친다.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장점과 감성을 살리고 있기 때문에, 관객이 전체 안무와 개별 무용수의 안무에 모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색과 흑백의 의상은 흑백의 공간과 이미지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흰색 재킷을 걸치니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디테일의 변화로 정서의 방향을 바꾼다는 점이 주목된다.
무용수들의 의상은 몸매를 철저히 감추지도 그렇다고 대놓고 많이 드러내지도 않았다. <off station>은 여러 측면에서 경계선에 있는 느낌을 줬는데, 규칙 속 불규칙, 불규칙 속 규칙의 안무 또한 그러하다.
안무는 지루할 틈 없이 빨리 진행됐다. 10명이 하나의 안무를 펼치기도 하고, 서너 명이 팀을 이뤄 다른 안무를 보여주기도 했다. 동일한 구성비로 5:5 댄스가 이뤄지기도 하고 무대에 여자 무용수 한 명만 남아 무용을 하는 등의 다채로운 안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하게 만든 요소 중의 하나이다.
◇ 불안감을 자아내는 음악, 공포감으로 치닫지는 않는 수위와 완급 조절
<off station>에서 반복되는 리듬의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불안감을 고조시킬 수도 있고, 기대감을 점점 키울 수도 있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음악이 귀에 거슬렸을 관객도 있을 것인데, 이 또한 새로운 길, 새로운 여행을 맞이했을 때 반응과 흡사하다.
두 번째 음악도 편하지 않고 불안감 고조한다. 음악이 관객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데, 그 음악이 펼쳐질 때의 안무를 직접 보면 살기 위한 절규, 적응하기 위한 절규라고 느껴진다.
불안감과 공포감은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디테일과 성격을 가진 감정이다. 불안감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느낌이고, 공포감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극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두려움이다. 즉, 불안감은 일어나기 전의 감정이고, 공포감은 실제로 마주쳤을 때의 감정이다.
<off station>의 음악은 불안감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공포감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수위 조절과 완급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인데, 몰입해 감정이입한 관객을 너무 힘들지 않게 만들면서 무대가 만드는 감정선에서 빠져나오지 않게 만들고 있다.
<off station>은 안무가의 의도, 안무가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알지 못해도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경연부문 참가작으로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공연될 때 더욱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