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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서예박물관 ‘같고도 다른 : 치바이스와 대화’(1) 글자 또한 그림으로 볼 수 있다

발행일 : 2018-12-07 07:52:56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중국국가미술관 소장 걸작 <같고도 다른 : 치바이스와 대화(似与不似:对话齐白石)>가 12월 5일부터 2019년 2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한중수교25주년 기념-치바이스齊白石 - 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까지>展에 이은 두 번째 <치바이스> 특별전으로 이번에는 중국국가미술관 소장품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교환 전시로 내년에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展이 중국국가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사여불사(似與不似; 같고도 다른)’를 화두로 사의(寫意)그림의 역사전통과 창신의 맥을 ‘치바이스와 대화 형식’으로 보여준다. 사의그림은 동양화에서 화가의 생각이나 의중을 표현한 그림을 뜻한다.
 
치바이스(齊白石, 1860~1957) 위로는 팔대산인 주탑(八大山人 朱耷, 1626~1705)과 오창석(吳昌碩, 1844~1927), 아래로는 우쭈어런(吳作人, 1908~1997), 리후(李斛, 1919~1975), 진상이(靳尚誼, 1934), 장구이밍(張桂銘, 1939~2014), 우웨이산(吳為山, 1962) 등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다섯 거장의 유화, 조소, 중국화와 창작 초안, 스케치 등이 한자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 치바이스 ‘모란, 51×43.5cm, 1919, 중국국가미술관’
 
치바이스의 ‘모란, 51×43.5cm, 1919, 중국국가미술관’은 종이에 수묵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 모란이 영위하는 영역과 글자가 채우고 있는 영역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고, 모란의 영역에는 여백이 많기 때문에 그림보다 글자가 더 많은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치바이스 ‘모란, 51×43.5cm, 1919,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치바이스 ‘모란, 51×43.5cm, 1919,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치바이스의 생각과 의중은 모란과 글자를 통해 모두 표현되고 있을 것인데, 글자가 전달하는 뜻을 알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느낌을 공유하며 관람하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품 속 글자는 지식과 정보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글자 자체의 모습으로 정서와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자를 모두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모란을 표현한 기법과 글자를 표현한 서체는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진다. 글의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치바이스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받을 수도 있지만, 연구하고 학자나 공부하는 학생이 아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림 자체의 정서를 느끼며 치바이스와 대화를 하는 게 더욱 행복한 관람이 될 것이다.
 
◇ 치바이스 ‘물고기떼, 136.2×41.1cm, 1917, 중국국가미술관’
 
치바이스의 ‘물고기떼, 136.2×41.1cm, 1917, 중국국가미술관’에는 열일곱 마리의 물고기가 등장한다. 크고 작은 물고기, 가늘고 긴 물고기가 등장하는데, 가장 큰 두 마리의 물고기를 제외하고는 겹쳐서 그려진 물고기가 없다.

치바이스 ‘물고기떼, 136.2×41.1cm, 1917,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치바이스 ‘물고기떼, 136.2×41.1cm, 1917,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물고기떼의 표정은 온화하게 보인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좌측 하단을 바라보며 이동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늘고 긴 세 마리의 물고기는 한 점에 초점을 맞춰 머리를 맞대고 있고, 그림의 가장 좌측 하단에 있는 물고기는 대부분의 물고기들과 반대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네 마리의 물고기는 그림과 관람객의 시야가 좌측 하단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시각적인 측면에서 머물지 않고 정서적인 면, 사고의 면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있는 가늘고 긴 세 마리의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들과는 다른 모습을 띄고 있는데, 바로 위쪽에 있는 글자에서 파생된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림 속 글자와 그림 속 다른 물고기들을 시각적으로 정서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 치바이스 ‘방倣팔대산인, 80.5×24.7cm, 1936, 중국국가미술관’
 
치바이스의 ‘방倣팔대산인, 80.5×24.7cm, 1936, 중국국가미술관’은 여행 중 팔대산인의 진본은 봤는데 30여 년이 흐른 뒤에도 잊을 수가 없어서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치바이스 ‘방倣팔대산인, 80.5×24.7cm, 1936,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치바이스 ‘방倣팔대산인, 80.5×24.7cm, 1936,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따라서 이 작품에는 팔대산인과 치바이스의 교감이 내재돼 있고, 팔대산인의 정서와 치바이스의 감정이 같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의 눈에서 글자를 잠시 지우고 보면 그림은 불안정한 구도로 위태로움이 느껴지는데, 다시 글자를 인식하고 보면 무척 안정적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 글자는 여백을 채우는 역할뿐만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안정적인 구조물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치바이스는 글이 주는 메시지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을까, 아니면 그림처럼 표현된 글자가 주는 예술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을까? 서예 작품을 관람할 때도 마찬가지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데, 글자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내가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자체로의 미적 감동을 받겠다고 할 때 더욱 행복한 관람이 될 수 있다. 치바이스도 관객이 자신의 작품을 어렵게 여겨 힘들어하기보다는, 각자 느끼고 이해한대로 향유하면서 행복해하기를 바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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