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뮤니케이션 주최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이 12월 7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6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다. 본지는 행복을 그리는 화가, 마음의 돋보기를 가지고 있는 화가로 알려진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에 대해 3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에바 알머슨의 세계 최대 규모 전시로 서울을 주제로 한 신작과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해녀 프로젝트가 주목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지는 밝은 에너지는 관객에게 소통을 통한 치유와 위안을 선사하는데,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다시 전시장을 찾아 힐링하고 싶어진다.
◇ ‘활짝 핀 꽃, Oil on canvas, 130×195cm, 2018’
‘활짝 핀 꽃, Oil on canvas, 130×195cm, 2018’은 전시장을 입구에서 관람객을 처음으로 반기는 작품이다. 밝고 화사한 색, 온화한 표정과 아름다운 꽃은 관람객을 나도 모르게 웃게 만든다.
꽃에 사람의 마음을 투사한 것이라고 보이기도 하고, 꽃의 아름다움을 의인화하고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만들기 위해 사람의 일부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꽃은 사람의 표정이자 내면일 수도 있고, 반대로 사람은 꽃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만드는 나무일 수도 있다.
어떤 꽃은 피고 어떤 꽃은 아직 피기 직전이고 어떤 꽃은 절정을 지나간 상태가 아니라, 모든 꽃이 현재 최대로 만개된 상태라는 점이 눈에 띈다. 긍정성을 넘는 초긍정성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모든 꽃에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평등성과 공평성의 발현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전시장 초입부터 기분을 좋게 만드는 작품이다.
◇ ‘놀이동산에서, Oil on canvas, 162×130cm, 2018’
어른이 된 사람이 가진 심리적 결핍의 원인을 찾아보면 많은 경우 어릴 때 엄마 아니면 아빠와의 관계성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많다. 인간관계를 풀지 못하는 내면의 이유가 현재가 아닌 과거의 특정한 사건, 혹은 반복된 사건 때문일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에바 알머슨은 주로 밝은 그림을 그린다. 마냥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에바 알머슨에게 밝음과 행복은 의지와 노력일 수도 있다. 정말 행복에 겨운 사람은 어둡고 침울한 예술세계에서 카타르시스를 얻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놀이동산에서, Oil on canvas, 162×130cm, 2018’을 보면 에바 알머슨은 부모로부터 심리적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에 등장한 아빠, 엄마, 아들, 딸의 모습이 모두 밝다.
그런데 디테일에서 반전이 있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그림에서 성인인 엄마가 에바 알머슨일 수도 있고 아이인 딸이 에바 알머슨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빠, 엄마, 아들은 손을 잡고 연결돼 있지만, 딸은 아빠와 손을 잡고 있지 않고 두 손으로 꽃을 들고 있다. 딸에게 꽃은 내 의지로 내 손을 잡는 확실한 대상인 것이다.
딸이 아빠와 손을 잡고 있지 않은 이유가 꽃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풍선을 든 아들은 엄마와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은 비교가 된다. 딸은 놀이공원에 가족과 같이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긍정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느끼도록 내면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도 아이와 같이 가거나 혼자서라도 무서운 놀이기구 타기를 좋아한다고 에바 알머슨은 밝힌 바 있는데, 같은 상황에서 긍정성을 끌어내 초긍정성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탄의 박수를 보내 응원하게 된다.
◇ ‘함께, Oil on canvas, 130×97cm, 2018’
‘함께, Oil on canvas, 130×97cm, 2018’은 밝은 에너지, 사랑의 기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여자는 꽃을 들고 있는데, 단지 꽃을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신과 꽃의 이미지를 동일하게 만들고 싶은 내면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림을 보면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남자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고,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고 있다. 남자의 왼쪽 다리는 여자와 같이 움직이고 있으나 오른쪽 다리는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함께 걷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걸을 때 속도를 맞춰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림 속 남자는 디테일한 배려를 하는데, 에바 알머슨이 그런 배려를 받아봤고 그런 배려의 순간을 행복하게 느낀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바 알머슨의 작품을 보면 특징을 단순화해 표현하고 있지만, 디테일 속에 섬세한 감성과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바 알머슨의 밝음과 긍정성이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라고 다시금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