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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스테이지] 집나온시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읽어주고 노래하는, 문보영 시인의 시

발행일 : 2018-12-10 19:55:54

집나온시 주최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이 12월 2일/9일/16일 서울 마포구의 무대륙에서 공연 중이다. 문보영 시인의 시를 낭독과 노래로 만든 공연으로 시인이 낭송을 하고, 음악감독인 작곡가 김인규가 이번 공연을 위해 별도로 기획해 작곡하고 연주했다. 옥경민은 시를 노래로 표현했다.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 문보영 시인이 직접 읽어주는 시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에서 문보영 시인은 시를 직접 읽어줬다. 묘사 못지않게 서사가 강한 문보영 시인의 시를 음악과 함께 듣는 리딩 공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시인의 정서와 감정을 관객이 직접 전달받는다는 점이 주목된 시간이었다.
 
문보영 시인의 시에는 각각 내부의 스토리텔링이 있고, 그 스토리텔링은 시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산문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희곡의 표현법을 사용한 부분도 있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신선할 수도 있고, 낯 설 수도 있을 것이다.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 공연을 위한 음악 창작! 노래로 부르는 시!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은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가 김인규가 직접 전곡을 작곡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신인 시인에게 낭독 공연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영광스러울 것인데, 기존의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시에 맞는 음악을 작곡해 공연을 했다는 점은 더욱 놀라웠다.
 
‘빨간 시냇물 원숭이’, ‘불면’, ‘끝’은 시 자체가 가사가 돼 노래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돋보인다. 시를 옥경민이 노래로 불렀는데, 김인규의 작곡으로 문보영 시인은 자동적으로 작사가가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김인규는 ‘빨간 시냇물 원숭이’, ‘불면’, ‘끝’을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처럼 작곡했기 때문에 뮤지컬 갈라 콘서트 같은 요소도 찾을 수 있었다.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은 다양한 장르의 기법을 차용한 융합 창작 공연이다.
 
◇ 시인의 ‘소외’와 ‘결핍’을 행 구성에 적용한다면
 
문보영의 시집 <책기둥>에는 젊은 시인 지말, 앙투안, 스트라인스 외에도 파리, 똥파리, 모기, 비둘기 등이 등장한다. 문보영은 소외됐지만 인간의 삶에 관여하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사랑을 받고 싶지만 자신이 없는 사람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문보영의 시는 독특한 행 구성, 의도적으로 변형을 준 줄 바꾸기가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다른 행의 주어나 목적어로 행의 시작을 알리는 단어가 그 이전 행의 마지막에 배치됐다는 점이 독특하다.
 
문보영은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소외’와 ‘결핍’, ‘치유’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를 행 구성에 적용하면 흥미로운 해석을 할 수 있다. 뒤의 행에 있어야 할 단어를 앞으로 옮겨 그 단어를 뒤의 행으로부터 의도적으로 소외시키고, 그 단어가 없는 다음 행에는 결핍을 준 것이다.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세 시인의 사소한 산책’ 공연사진. 사진=집나온시 제공>

소외와 결핍은 공허함을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면, 문보영의 독특한 행 구성은 공허함을 더욱 증폭하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규칙을 따르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공허함을 채우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런 과정 속에서 치유의 힘이 발휘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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