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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누가 그랬을까로 시작해 왜 그럴까로 넘어간다

발행일 : 2018-12-12 06:27:50

폴 페이그 감독의 <부탁 하나만 들어줘(A Simple Favor)>는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라는 간단한 부탁에서 시작된 간단하지 않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멋진 커리어 우먼, 매력적인 아내, 아름다운 엄마,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여자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 분)’가 사라진다.
 
시체가 발견되고, 모든 것이 내 것이 됐다고 생각한 순간 에밀리가 돌아온다. 관객이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될 때쯤 영화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누가 그랬을까’로 시작해 ‘왜 그럴까’로 넘어가는 스릴러는, 끔찍한 짓을 할 땐 그럴 이유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누가 그랬을까로 시작해 왜 그럴까로 넘어간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누가 그랬을까’로 시작해 ‘왜 그럴까’로 넘어간다. ‘누가 그랬을까’는 과거형인데, ‘왜 그럴까’는 현재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인 예비 관객에게는 의문형의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본 관객은 엄청난 스포일러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왜 그랬을까’가 아니라 ‘왜 그럴까’라는 포인트가 중요하다. 지나간 행동에 대한 이유를 사건이 완전히 끝난 후 되돌아보는 게 아니라, 이유를 찾아야 하는 사건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는 비밀을 끝까지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 이후에 더욱 본격적으로 질주한다. 비밀을 관객들에게 알려줬지만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나의 갈등이 해소되고 또 다른 새로운 갈등을 효과적으로 론칭한 것이다. 그런데 새로 시작된 갈등이 더 궁금증을 자극하게 만들고 영화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에밀리는 신비로운 사람으로 예민하다고 묘사된다. 실체가 없는 아름다운 여자, 유령 같은 여자, 충동적이고 황당한 면도 있다고 표현된다. 성향이 완전히 반대인 스테파니(안나 켄드릭 분)가 닮고 싶은 여자이다. 따라서 스테파니가 리플리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일단 추측할 수 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인 거짓말과 행동을 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이다.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리플리 증후군은 종류와 양상이 하나가 아닌데, 현실의 자기로 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돼 살고자 어떤 행동도 거리낌 없이 행하는 병리적 현상을 포함한다.
 
리플리 증후군의 개념을 알고 있던 관객은 감독의 의도와 드라이브에 따라 더욱 드라마틱하게 이끌리며 강한 반전을 경험할 수도 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사건 자체가 무서운 스릴러라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참 무섭다는 것이 느껴지는 스릴러라고 볼 수 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내가 알던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다
 
친구라고 생각했고, 친하다고 생각했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무서운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신이 어쩌면 잘못된 확신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스테파니에 감정이입한 관객은 영화 속 상황이 아닌 각자의 현실 속 상황을 떠올리며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내가 알던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가정을 하는 순간, 내 마음속에서 반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흐름을 끊을 수도 완급 조절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 브이로그! 깔아놓은 복선을 참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서 스테파니의 브이로그(VLOG)는 영화의 흐름과 몰입을 끊는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완급 조절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edi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이다.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이었던 일기를 한 편의 영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테파니의 브이로그는 소통을 원하는 스테파니의 외로움을 분출하는 창고이자, 강력한 복선의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깔아놓은 복선을 정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만약 재관람하게 된다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두 번째 볼 때 더 느끼게 될 것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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