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ℓ CVTC 140마력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를 조합한 SM6 프라임이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두 가지 모두 르노삼성 라인업에서 숱하게 봐온 엔진과 변속기 아닌가.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라인업을 늘리려는 차원으로 해석했다.
한데, 시승차를 받아 차를 출발시키는 순간부터 조짐이 달랐다. “뭐지? 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과거 SM3에서 처음 만났던 무단변속기(CVT)는 상대적으로 낮은 엔진 출력과 밋밋한 변속 느낌 때문에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 변속기를 만들었던 닛산 계열의 자트코는 이후 꾸준히 변속기를 개선해 발진 가속과 부드러운 변속 느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SM6 프라임에 얹은 2.0 가솔린 엔진은 기존 SM6 LPe 모델을 통해 검증 받은 2.0 CVTC II 엔진의 가솔린 버전으로,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9.7㎏·m는 LPe 모델과 똑같다. SM5와 비교하면 최고출력은 1마력 낮고 최대토크는 0.1㎏·m가 낮다. 무단변속기는 SM5가 6단, SM6가 7단으로 차이가 있다. 또,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의 조합이라는 점은 QM6 가솔린과 같지만, QM6는 직분사 타입 GDe 엔진으로 메커니즘이 살짝 다르다.
SM6 프라임의 가장 큰 장점은 푹신한 승차감과 무단변속기의 부드러움이다. SM6가 처음 나왔을 때 지적 받았던 두 가지 단점-통통 튀는 리어 서스펜션과 언덕길에서 DCT의 밀림현상-이 이 차에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서스펜션을 바꿔서 그런가 하면 그건 아니다. SM6 GDe 모델은 16, 17, 18, 19인치 등 총 네 가지의 휠 사이즈가 있는데, 프라임은 16~18인치 3가지이고 시승차는 17인치를 끼웠다. 과거 SM6 시승기에도 쓴 바 있지만, 19인치는 겉보기에는 멋지지만 다소 오버 스펙일뿐더러 리어 서스펜션의 통통 튀는 느낌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느낌이 있다.
이에 비해 225/55R17 사이즈의 타이어와 휠은 안정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승차감이 한결 부드럽다. 내 생각에는 이 사이즈가 SM6에 가장 어울린다.
순정(OE) 타이어는 모두 금호타이어 제품으로, 접지력과 승차감, 소음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자트코의 무단변속기는 회전 질감과 변속 감각이 특히 좋다. 팍팍 튀어나가는 느낌은 없지만 초반 발진 가속이 꽤 괜찮다. 출발 직후부터 풀 가속을 하면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변속이 살짝 더딘 느낌이 있긴 한데, 실생활에서 이렇게 운전할 일은 많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점이 아쉽다면 1.6 TCe 가솔린 터보 모델을 고르는 게 낫다.
시승을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서행을 하거나 도로가 심하게 정체되는 상황에서는 무단변속기가 연비 면에서 나을 게 별로 없다. 그러나 정속주행에서는 꽤 연비가 좋아진다. 정부 인증 복합연비는 11.4㎞/ℓ이고, 이번 시승에서는 도심 위주에서 7.8㎞/ℓ, 간선도로 위주에서 9.5㎞/ℓ를 기록했다.
SM6 프라임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개소세 인하 기준으로 프라임 PE가 2268만원, SE가 2498만원이니, 타사 준중형차의 풀 옵션 수준에 불과하다. 비슷한 사양의 2.0 GDe SE 트림과 비교할 때 138만원이 저렴하며, 2.0 GDe RE 트림보다는 545만원이나 낮다. 기본 가격 2498만원에 고급형 클러스터와 LED 라이팅 패키지 정도 더하면 2592만원의 가격표를 받게 된다.
물론 가격대가 낮은 만큼 S링크 8.7인치 내비게이션과 파노라마 선루프, 나파 가죽시트 같은 옵션은 프라임에 적용이 안 된다. 그래도 V8 내비게이션이나 포칼 스피커, 하이패스 등의 옵션 선택은 다른 모델과 다를 바 없다.
SM6 프라임을 보급형 하위 버전으로 둘 게 아니라, 옵션을 더 다양하게 추가하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2.0 GDe RE 버전에서 고를 수 있는 나파 가죽시트+퀼팅 옵션(69만원)과 S링크 8.7인치 내비게이션+보스 서라운드 사운드(118만원)를 SM6 프라임 SE에 더할 경우 2779만원에 불과해 가성비가 꽤 좋은 편이다.
몇 가지 개선사항도 눈에 띈다. 르노삼성의 차들은 공통적으로 컵홀더가 매우 부실하다. 깊이가 얕고 크기 조절도 안 돼 음료수를 마음 놓고 담을 수가 없다. 또한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타사의 크루즈 컨트롤과 달리, 르노삼성의 차는 센터콘솔과 스티어링 휠에 작동 버튼이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SM6 프라임의 상품성은 전반적으로 좋다. 사소한 것 몇 가지만 개선하면 훨씬 더 많은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패밀리카의 개념에 충실한 한국형 중형차. 부드럽고 안락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