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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남자친구’(8-2) 송혜교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 장승조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

발행일 : 2018-12-25 00:01:13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제8회까지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참 자기(true self)와 거짓 자기(false self)’, ‘멸절(annihilation)’ 및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개념을 도입해 살펴본다.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차수연 역)와 장승조(정우석 역)는 타고난 기질대로 살지 못한다.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주변이 원하는 대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참 자기보다는 거짓 자기의 모습일 때가 더 많다.
 
박보검(김진혁 역)은 송혜교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생물학적 엄마가 아닌 사회 속에서 만난 의미 있는 대상이 실질적으로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대상관계이론, 도날드 위니콧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 멸절, 충분히 좋은 엄마
 
엄마의 뱃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다가 태어난 아이에게 자아라는 개념은 아직 없다. 태어나기 전에 엄마와 자기는 하나의 존재였다고 느끼며, 태어난 후에도 엄마로부터 극도의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자기가 엄마와 분리된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아이는 자기를 인식하기 전에 상대인 엄마를 먼저 인식한다. 자아 이전에 대상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절대적 의존성이 필요한 시기에 엄마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감을 느끼던 아이는,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순간 스스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공포, 자기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 같은 극한의 공포인 ‘멸절’을 경험하게 된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멸절’을 느끼는 이유는 아직 독립된 자기가 되기 이전에 정서적, 육체적으로 한 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육체적인 분리를 인지하게 된 상태에서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자아가 없는 상태에서의 계속 보호받고 있지 않다고 느껴지는 분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여겨지는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을 경우 ‘참 자기’를 지키기 위해 ‘거짓 자기’를 만들게 되는데, 여기서 참과 거짓은 도덕적인 질서의 옳고 그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본 기질을 충실히 따르느냐를 뜻하는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참 자기가 기질적으로 타고난 내 본 모습이라고 하면, 거짓 자기는 참 자기가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원래의 나의 모습을 감추고 세상과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뜻한다.
 
아이가 멸절을 경험할 때 ‘충분히 좋은 엄마’는 이런 경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예방하기 위해 ‘안아 주기(holding)’, ‘다루어 주기(handling)’, ‘대상 제시(object-presenting)’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위니콧은 제시한다. 안아 주기는 신체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모두 포함하며, 대상 제시는 엄마가 외부 세계를 유아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송혜교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의 어린 시절은 크게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의 송혜교를 힘들게 만든 시작은 아버지인 문성근(차종현 역)의 정치 입문이다. 선거에 나선 아버지에게 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했고, 장승조와의 정략결혼 이후에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송혜교는 더 이상 자신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고 세상에 자신의 고유 가치가 사라지는 것 같은 멸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고, 시댁으로부터 숨도 못 쉴 정도로 통제받았으나 송혜교가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멸절이 되지 않은 이유는 본인은 진정으로 지지해주는 고창석(남명식 역)과 곽선영(장미진 역)이 회사에서 측근으로 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회와 제2회를 보면 송혜교는 자유롭고 낭만적일 때 무척 안정감을 느꼈다. 단순히 마음이 편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저렇게 살아도 어울릴 것 같이 느껴졌다. 송혜교의 기질에는 자유로운 영혼이 분명히 들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유로운 영혼은 아버지의 선거와 시댁의 계획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억제되고 진압될 수 있는 위험 앞에 서있었다. 송혜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원래의 모습을 감추고, 아버지와 어머니 남기애(진미옥 역), 그리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차화연(태경그룹 회장 김화진 역)이 원하는 대로 거짓 자기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거짓 자기는 잘못된 자기, 거짓으로 가득 찬 자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본래의 기질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질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기를 뜻하는 것이다. 만약 송혜교가 참 자기로 살려고 했으면 더 많은 멸절에 부딪혔을 것이다.
 
◇ 장승조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
 
<남자친구>는 장승조의 참 자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최소한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알려주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제3회 방송에서 송혜교를 만난 장승조가 “수연아, 너나 나나 우리가 우리 인생이라고 산 적 있었니?”라고 말하는 것 등으로 볼 때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거짓 자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8회 방송까지 진행되면서 박보검과 관계가 진전되는 송혜교는 참 자기를 찾기 위한 결단과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장승조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송혜교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고 있다.
 
자신의 참 자기를 찾는 용기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송혜교가 참 자기를 확실하게 찾을 경우, 양가에서 추진 중인 송혜교와 장승조의 재결합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남자친구> 후반부에서 장승조가 참 자기를 찾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카타르시스를 주는 인물이 될 것인지 연민의 인물로 남을 것인지가 결정될 수도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송혜교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박보검
 
생물학적 엄마만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엄마라고 볼 수 있다. 생물학적 엄마만 엄마가 아니라 보모, 할머니, 선생님, 이모, 고모, 아빠, 할아버지 등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엄마라는 개념을 <남자친구>에 적용하면 박보검이 송혜교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분히 좋은 엄마’의 ‘안아 주기’는 신체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모두 포함해 아이에게 필요한 전체적인 환경을 제시하는 것을 뜻한다. 제8회의 포옹신 이전에도 박보검의 가벼운 스킨십은 신체적인 안전감을 주는 역할을 했고, 혼자라고 느끼는 송혜교에게 정서적으로 ‘우리’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다루어 주기’는 민감한 손길과 신체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통해 통합된 방식으로 신체적, 정서적 만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박보검의 행동을 보면 매 순간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섬세함에 배려와 관심, 애정이 더해 송혜교에게 편안함, 안전감, 만족감을 주고 있다.
 
‘대상 제시’는 엄마가 외부 세계를 유아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박보검은 속초에서의 국밥집, 야외 미술관, 특별한 찻집, 찬이네 골뱅이 가게 등 평상시에는 송혜교가 절대 가지 않았던 곳으로 데리고 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외부 세계를 그냥 접하게 하는 게 아니라, 무척 안전한 상황에서 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세계가 더 이상 위험한 세계가 아니라 안전한 세계라는 것을 송혜교가 경험할 수 있도록 박보검은 제시한다. 박보검의 자리에 나이 어린 남자가 아닌 엄마를 둔다고 가정하고 생각하면, 박보검이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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