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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남자친구’(8-6) 문성근과 남기애! 송혜교에게 누가 더 나쁜 부모일까?

발행일 : 2019-01-01 01:34:16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제8회까지의 진행을 표면적으로 보면 송혜교(차수연 역)에게 남기애(진미옥 역)는 영부인을 꿈꾸며 그 헛된 꿈에 딸의 인생을 희생시킨 엄마이고, 문성근(차종현 역)은 딸을 가여워하며 이해하고 배려하는 좋은 아빠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눈에 보이는 게 다일까?
 
사건을 만든 근본 원인 제공자는 문성근이고, 수동적으로 회피하면서 그 상황을 유지하게 만든 사람 또한 문성근이다. 게다가 좋은 사람인 척해 송혜교에게 마음의 족쇄를 채우는 사람 또한 문성근이다. 엄마인 남기애가 억압하는 방식으로 문성근 또한 행동했으면, 송혜교는 더 일찍 자유로워졌을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문성근이 남기애보다 더 나쁜 이유(1) : 근본 원인 제공자
 
송혜교를 옥죄게 만드는 상황을 만든 사람은 문성근이다. 부인의 내조 덕분에 서울 시장을 역임하고 현재 당 대표 자리에 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부인이 세팅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지만, 본인이 정치를 하지 않고 뉴스 앵커의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원한 게 아니라 부인이 원해서 정치인이 된 거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인 중 본인이 원해서 정치인이 된 사람이 누가 있는가?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치인이 된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말하는데, <남자친구>의 문성근 또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엄마인 남기애가 악역을 맡게 힘을 배분한 사람이 문성근이다. 근본 원인 제공자가 힘의 배분을 그렇게 한 것이다. 차화연(태경그룹 회장 김화진 역)의 힘을 등에 업고 정치인으로 성장했으면서 자신은 희생양인 것처럼 코스프레를 하는데,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고 그 힘을 배분하게 만든 사람은 문성근이다. 남기애는 적극적인 행동가라고 볼 수 있다.
 
◇ 문성근이 남기애보다 더 나쁜 이유(2) : 수동적으로 회피하면서 그 상황을 유지하게 만든 장본인
 
<남자친구>에서 아빠인 문성근은 엄마가 송혜교에게 말도 안 되는 행동과 요구를 할 때 그 상황을 방치한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는 결코 없다. 남기애가 원하는 대로 하게 그냥 방치할 때 결국 본인이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송혜교에게 보낸 엑스 시어머니 차화연의 선물 자체를 문성근이 부정하지는 않는다. 선물을 받지 말고 돌려보내라는 말은 하지 않으면서, “좋은 날 체하게 왜 이래?”라는 말로 남기애를 나무라면서도 남기애가 만든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게 만든다.
 
그러고 나서 시집을 가지고 와서 송혜교에게 준다. 수동적으로 회피하면서 그 상황을 유지하게 만든 장본인이면서 자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인 척하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메이킹은 <남자친구>의 문성근을 진짜 정치인으로 느끼게 만든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문성근이 남기애보다 더 나쁜 이유(3) : 게다가 좋은 사람인 척하다
 
송혜교가 곤란해지는 기사가 터졌을 때 너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어떤지 몰라서 기다렸다고 하면서 문성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초래한 라면 스캔들로 아빠는 괜찮냐고 송혜교가 걱정할 때, 너를 세상에 노출시킨 게 아빤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송혜교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에게도 좋은 사람이라고 보일 수 있도록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더 강력한 방식으로 송혜교에게 족쇄를 채우는 사람은 아빠이다. 엄마는 세속적으로 천박하게 돈과 권력을 추구하고 딸을 시댁에 팔아넘기는 사람이라는 악역을 기꺼이 자청한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런데 아빠는 도덕과 신뢰, 사랑 등의 가치를 내밀어 송혜교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게 한다. 엄마가 억압하는 방식으로만 송혜교를 억압했으면, 송혜교도 같은 방식으로 엄마에게 한 방 먹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엄마와 딸, 둘만 있었으면 상황은 더 빨리 정리됐을 수 있다.
 
문성근은 송혜교가 엄마에게 반항하지 못하게, 순종하게, 눈물 한 방 흘리지 못하게 내적으로 억압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직접 전화하지 않고 고창석(남명식 실장 역)에게 전화해서 묻는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어릴 적부터 남실장을 더 따랐다고 당연한 듯 말하는데, 남실장의 역할을 문성근이 했어야 하는 것이다. 아빠의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도 딸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인데, 그러면서 아닌 척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어른은 (어려움이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그런데 문성근은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만약 박보검(김진혁 역)이 나타나서 판 전체를 흔들지 않았으면 송혜교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착한 척하는 아빠에게서 심리적으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엄마에게 혹은 엑스 시어머니에게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행동하지 못하게 영향력 있는 마음의 족쇄를 채운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에게 실질적으로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운전도 해주며 보살펴주는 고창석과 함께, 오랜 비서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곽선영(장미진 역)이다. 그리고 그 역할에 합류해 보호에 머물지 않고 송혜교가 적극적으로 자아를 찾게 만든 사람이 박보검인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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