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개인전>이 1월 2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전시 중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where is’ 시리즈라고 볼 수 있는데 주로 보이는 색의 향연 속에서 숨겨진 색을 찾는 질문은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통해 던진다.
빛과 색의 교차와 중첩, 절묘한 조화가 눈에 띄는데, 밝은 빛이 화려함과 동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면 짙은 어둠은 중심을 잡으면서 정적인 정서를 만든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명암과 색, 감정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공존시키는 김정민 작가의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 김정민 ‘Where is green, acrylic on canvas, 116.8×80.3, 2018’
‘Where is green, acrylic on canvas, 116.8×80.3, 2018’은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자주색이 빛과 함께 강렬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제목은 녹색을 찾게 만들고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제목과 그림의 주요색의 대비를 통해 작품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
작품 속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빛을 향해 나란히 놓여있는 의자는 얼핏 보면 사람처럼 느껴진다. 의자를 의인화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빛이 의자를 비추는 게 아니라 의자가 바라보는 쪽은 밝고 의자가 바라보지 않는 쪽은 어둡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의자와 테이블처럼 빛과 색이 교차된 곳은 입체적으로 보이는데, 어두운 부분과 그림 오른쪽 부분은 평면적으로 보인다. 색, 명암뿐만 아니라 입체 또한 같은 작품 속에서 넘나든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그림 오른쪽에 노란색, 분홍색, 자주색, 보라색으로 표현된 것은 꽃으로 보이기도 하고, 부분을 집중해 보면 동물이나 사람의 얼굴 일부를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큰 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다양성을 표현하는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된다.
◇ 김정민 ‘Where is yellow, acrylic on canvas, 60.6×50.5, 2018’
‘Where is yellow, acrylic on canvas, 60.6×50.5, 2018’은 빛에 의한 그림자가 완전한 어둠이 아닌 중간 어둠을 만든다는 점이 눈에 띈다. ‘Where is green, acrylic on canvas, 116.8×80.3, 2018’에서의 어둠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림의 왼쪽은 애니메이션 장면처럼 느껴지고, 그림의 오른쪽과 밑은 실사 영화의 장면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안정감과 지루함을 동시에 느끼는 현대인들을 위해 작가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분리시키고 변화를 줘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는 햇빛에 반짝이는 테이블을 표현할 때 빛을 그대로 반사시켜 그 공간이 없는 것처럼 나타내기도 했는데, 실제 상황에서의 느낌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 김정민 ‘Where is purple, acrylic on canvas, 130.3×97.0, 2017’
‘Where is purple, acrylic on canvas, 130.3×97.0, 2017’은 현실 공간과 사이버스페이스를 교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체 화면 위에 작은 화면을 여러 개 띄운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선은 한 곳에만 집중되기보다는 여러 곳을 번갈아가며 집중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쳐다볼 경우 그곳이 더욱 중심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색의 강렬한 대비보다는 혼재와 중첩, 공존과 간섭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 속에서 뽑을 수도 그림 속에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현재 있는 공간이 유리창 안인지 밖인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려도 각각 어느 정도 타당할 수 있다는 점도 직접 관람하는 즐거움을 높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