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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쿠르스크’ 남 이야기 같지 않은 애도와 슬픔, 아픔 그리고 또다시 애도

발행일 : 2019-01-08 00:01:16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쿠르스크(Kursk)>에서 출항 직후 예기치 못한 폭발로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침몰하고 두 번째 폭발로 선체에 큰 구멍이 뚫린다. 118명 중 침몰된 잠수함 속에 확인된 생존자는 23명이다.
 
시작부터 우리 이야기처럼 느껴져 남 이야기 같은 애도에 마음이 아프다. 영화를 다 본 후도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엔딩크레딧이 오르는 동안 애도의 마음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 남 같지 않은 애도와 슬픔, 아픔 그리고 또다시 애도
 
<쿠르스크>에서 쿠르스크호가 출항할 때의 음악은 장송곡 같은 느낌을 준다. 해상 재난에 대한 국가적 트라우마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그런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애도의 정서를 영화 초반부터 깔고 들어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 후반부의 음악은 선곡과 배치가 너무 절묘해 잔인하게 느껴진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잔인하게 느껴지는데, 실제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많은 영화에서는 고난과 역경, 시련과 아픔을 부각하기 위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평온했을 때의 행복을 강렬하게 대비하는 경우도 많은데, <쿠르스크>는 마찬가지로 분위기의 반전을 주면서도 처음부터 애도의 정서를 깔고 들어간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건을 사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려고 하는 감독의 배려일 수 있다.
 
과산화수소 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보며 <쿠르스크>가 우리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점은 매우 씁쓸하고 마음 아프다.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출항하기 전 영화 속 대화 속에 잠수함이 낡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험의 암시, 위험의 징조를 무시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훈련받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잠수함 폭발에 동결 반응을 보이는 군인들이 있는데, 저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공포가 공감되니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작은 희망! 희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침몰한 잠수함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구조선에서 알게 된 순간,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핑 돈다.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작은 희망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희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관람석에서도 느껴진다.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쿠르스크>에는 희망을 상징하는 세 명의 리더와 세 가지의 리더십이 등장한다. 구조를 돕는 리더, 생존자들의 리더, 생존자 가족들의 리더! 쿠르스크호 구조를 돕는 영국군의 리더 데이빗 러셀(콜린 퍼스 분), 동료와 국가가 반드시 구조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생존자를 다독이는 생존자들의 리더 미하일 카레코프(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 생존자 가족들의 리더 타냐 카레코프(레아 세이두 분)가 발휘하는 리더십에는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쿠르스크>를 보면서 되뇌게 된다. 이념과 군사 기밀, 국가 체면에 의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모습은 전 세계 공통일 수도 있는데, 인간존엄의 정신, 생명존중의 정신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린다.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쿠르스크’ 스틸사진. 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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