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순수 전기 스포츠 카 ID. R로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레이싱 트랙으로 여겨지는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Nordschleife)’에서의 전기차 부문 신기록 수립에 도전한다.
폭스바겐은 양산형은 물론 레이스용 스포츠카에 이르는 다양한 전기차 전략을 빠르게 추진해나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순수 전기 스포츠카 I.D. R 파이크스 피크(I.D. R Pikes Peak)로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Pikes Peak Hill Climb)’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데 이어, 올 여름에는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기로 유명한 레이싱 트랙 정복에 나선다.
ID. R은 2020년 이후 선보이게 될 폭스바겐 전기차 전체 라인업 중 스포츠카로서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이러한 ID. R의 모터스포츠 진출은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전기차가 공도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감독 스벤 스미츠(Sven Smeets)는 “파이크스 피크에서의 신기록 수립 이후, 뉘르부르크링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은 전기차로서 ID. R의 가장 큰 다음 도전과제이다”라며 “뉘르부르크링에서의 기록은 레이싱 카로서든, 양산용 자동차로서든 상관없이 대단한 영예”라고 말했다.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신기록 도전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ID. R은 500㎾(680마력)의 시스템 용량을 가진 전기 엔진 2개가 동력을 공급하며, 운전자가 탑승해도 차의 중량이 1100㎏에 못 미친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기술 담당자인 프랑소와 자비에 드메종(Francois-Xavier Demaison)은 “파이크스 피크의 환경과는 현저히 다른 뉘르브르크링의 까다로운 조건들을 극복하게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는 폭스바겐 ID. R의 에어로 다이내믹을 수정할 계획”이라 밝히며 “고도 2862m에서 시작해 4302m로 끝나는 파이크스 피크와 달리, 뉘르부르크링은 해발 320m에서 617m 사이에 위치한 아이펠(Eifel) 지역을 굽이쳐 지나간다. 독일의 상징인 이 서킷은 특히 긴 직선 구간(Dottinger Hohe) 덕분에 매우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기록 수립을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봄부터 다양한 레이싱 트랙에서 집중적인 테스트 및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ID. R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 올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은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차량을 개선한 후 올 여름 신기록 경신에 도전할 계획이다.
다재다능한 드라이버 로메인 뒤마스는 신기록 수립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뒤마스는 지난해 6월 ID. R 파이크스 피크(ID. R Pikes Peak)로 7분57.148초를 기록하며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를 통해 뒤마스는 파이크스 피크 레이스가 시작된 지 100년 이래 처음으로 8분 이내로 결승선을 통과한 첫 드라이버가 됐다. 뿐만 아니라, 뒤마스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리는 24시 레이스에서 4번의 승리를 거둔 이력이 있다.
뒤마스는 “뉘르부르크링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ID. R은 극한의 가속과 코너링 속도를 가진 차이기 때문에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도전이 될 것이며, 기존의 전기차 기록을 깨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뉘르부르크링에서 순수 전기 스포츠 카의 최고 기록은 2017년 영국의 피터 덤 브렉(Peter Dumbreck)이 ‘니오 EP9(NIO EP9)‘으로 세운 6분45.90초이며, 평균속도는 185㎞/h였다.
좁은 트랙, 20.832㎞의 길이, 75개 이상의 코너, 아이펠(Eifel) 숲을 따라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코스를 특징으로 하는 뉘르브르크링은, 1927년 오픈 이래로 자동차 업계를 위한 뛰어난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레이싱 트랙 중 하나다. 전 포뮬러 1 세계 챔피언인 재키 스튜어트(Jackie Stewart)는 뉘르부르크링을 일컬어 ‘녹색지옥(Green Hell)’이라 칭했다. 뉘르브르크링의 계속되는 변경으로 인해 1978년 이후로는 포뮬러 1 경기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오늘날 뉘르부르크링은 현재의 그랑프리 서킷과 함께 유명한 24시 레이스의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투어링 카 시리즈인 FIA 월드 투어링 카 컵(WTCR)도 아이펠 산맥에 있는 이 트랙을 찾는다. 폭스바겐은 골프 GTI TCR모델로 두 시리즈 모두에 출전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