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알리타: 배틀 엔젤(Alita: Battle Angel)>은 키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을 원작으로, <아바타(Avatar)> 시리즈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이 기획하고 제작한 SF 액션 스릴러 영화이다. IMAX 3D로 관람할 경우 영화 속 액션 몰입도는 엄청나다.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 역의 로사 살라자르는 독특한 외모와 움직임으로 영화 내내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인간인지, 기계인지, 어디까지 인간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알리타 캐릭터의 또 다른 특징은 중간이 없다는 것이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를 선택하겠다는 것처럼 보이는 알리타는 양극단을 오가며 스토리텔링의 변화 가능성을 항시 내포하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 파괴된 미래 세계에 대한 두려움!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놀라운 액션!
<알리타: 배틀 엔젤>은 2,563년, 대추락 300년 후의 파괴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미래라는 판타지와 함께 파괴된 미래라는 두려움이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미래는 파괴될 것이라는 예언 같은 두려움을 느끼며 영화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발전된 공중도시와 폐허가 된 고철도시의 공존은, 영화 속 액션 또한 고전적인 측면과 발전된 기술의 힘을 모두 가능하게 만든다. <알리타: 배틀 엔젤>에서의 액션신은 엄청난데,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놀라운 표현력에 감탄하게 된다.
사이보그 전문 의사인 닥터 다이슨 이도(크리스토프 왈츠 분)는 고철도시의 지도자 벡터(마허샬라 알리 분), 최고의 모터블 기술자 치렌(제니퍼 코넬리 분)과 두뇌와 감정의 측면에서만 대립할 것 같지만 액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 로사 살라자르의 발견
<알리타: 배틀 엔젤>에서 여주인공 로사 살라자르는 액션에서 감정 표현까지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한다. 개연성과 공감을 주는 감정 연기는 일품이다. 천사인 줄 알았는데 전사? 영화 속 표현이기도 한데,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본인의 모습으로 느끼게 만드는 로사 살라자르의 표현력은 돋보인다.
영화 초반 알리타의 마음은 관객의 마음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디테일 또한 잘 표현했다. 깨어난 알리타가 처음 본 세상은 관객이 처음으로 본 영화 속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알리타: 배틀 엔젤> 초반에는 알리타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이 일치한다.
알리타와 고철도시의 밝고 영리한 소년 휴고(키언 존슨 분)의 만남 인상적인데 행동과 감정이 모두 훅 들어왔을 때의 감정 표현을 두 사람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주고, 방금 전에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웠던 사람이 위험에 빠진 개를 구하는 모습은 서로에게 강렬하게 어필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두 사람의 능력과 존재감에 대해 어필하게 된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는 장면을 표현할 때 로사 살라자르의 표정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영화 초반에 거울 속 자신의 손가락을 맞대는 장면 인상적인데, 영화 후반에 거울 속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 가까이 가면서도 거울 직전에 멈춰 거울을 깨지는 않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인간의 두뇌를 가진 기계 소녀, 그녀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알리타: 배틀 엔젤>은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생각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인간의 두뇌를 가진 기계 소녀를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기계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영화는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생체 사이보그, 인간 두뇌, 헌터 워리어, 마음의 안식, 안전감, 안정감, 교감 등 비슷하거나 혹은 대비되는 개념과 정서, 감정의 교차와 대립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 중간이 없는 알리타 캐릭터! 현실이라면 더욱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
<알리타: 배틀 엔젤>에는 육체가 아닌 정신 훈련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이 누군지 모를 때의 알리타는 무척 순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악에 대항할 때는 악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알리타 캐릭터는 한마디로 중간이 없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적당히’를 모르는 알리타는 믿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심장을 내어 줄 수 있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속거나 이용당할 수도 있다.
알리타는 사이보그 소녀가 아니었더라도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였을 것이다. 상황의 급반전, 사건과 감정, 정서의 반전과 재반전에 개연성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점차 고조되기보다는 어느 선까지는 참고 포용하고 완충하다가 선을 넘는 순간, 무섭게 질주하는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다.
만약 알리타가 평범한 역할이었으면 중간이 없는 그녀의 성향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이 없는 성향은 위대한 성과를 더욱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알리타: 배틀 엔젤>에서의 알리타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 현실에서 우리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멋진 세상을 현실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