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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김선욱의 에너지, 요엘 레비의 속도감과 원칙

발행일 : 2019-02-03 15:22:33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KBSSO 738th Subscription Concert)>가 1월 30일,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요엘 레비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했다.
 
손과 팔로만 지휘하지 않고 발뒤꿈치까지 온몸으로 지휘하는 요엘 레비는 질주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일정한 속도감을 보여줬고, 에너지 넘치는 김선욱은 감정을 점점 쌓는 연주를 통해 감동의 여운을 길게 남겼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 손과 팔로만 지휘하지 않고 발뒤꿈치까지 온몸으로 지휘하는 요엘 레비! 질주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속도감!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의 첫 연주곡은 베를리오즈의 <해적 서곡>이었다. 요엘 레비는 온몸을 다 이용해 지휘를 했는데, 질주하는 부분에서도 본인의 원칙과 스타일을 지키면서 빨리 가기보다는 촘촘히 채우는 연주를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요엘 레비는 오케스트라의 오른쪽을 바라보며 지휘를 할 때는 오른 다리를 약간 앞쪽으로 한 자세에서 오른발로 무게 중심을 옮겨 오른쪽에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가까이 가는 자세를 취했다. 왼쪽을 바라볼 때는 왼 다리에 축을 두고 왼쪽에 있는 단원들에게 더 가까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엘 레비의 이런 모습은 단원들을 이끄는데 머물지 않고 그 안으로 본인이 스스로 들어가 간격을 줄이는 것으로 보였는데, 외적인 장면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다가오고 멀어지는 완급의 리듬감을, 요엘 레비는 몸과 다리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뒤꿈치를 들기도 하면서 디테일한 높이의 차이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업바운스의 동작처럼 발뒤꿈치가 공중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 부분에서 연주할 때 감정은 하늘을 향하면서도 땅에 붙이고 있었던 정서의 축을 벗어나지는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였는데, 질주하는 부분에서도 자신의 스타일과 속도감을 유지하는 지휘자의 곡 연주 방법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된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요엘 레비는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도 오케스트라의 리듬을 같이 타고 있는 느낌을 줬는데, 맨 앞에서 오케스트라를 리드한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같이 느끼며 가는 것처럼 여겨진다.
 
지휘를 한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몸으로 음악을 표현한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요엘 레비의 오묘한 이중적 느낌은, 클래식 영화의 주인공인 지휘자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솔리스트 같은 정서가 전달하기도 했다.
 
◇ 에너지 넘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음악에 젖어있는 표정이 주는 여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작품 30>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함께 했다. 씩씩하게 인사하며 등장한 김선욱은 여유 있게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강하게 몰입해 연주했다. 감정을 계속적으로 풀어서 해소한다기보다는 점점 쌓아가며 축적하는 연주를 했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김선욱이 독주 파트에서 오케스트라로부터 음악을 이어받고 다시 던져주는 첫 음과 마지막 음을 소화하는 방법은 인상적이었다. 에너지 넘치는 김선욱의 연주에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고가 저절로 나왔다.
 
앙코르곡으로 드뷔시의 <전주곡 1권 중 8번 ‘아마빛 머리의 소녀’>를 선택한 김선욱은 한 손으로 연주 시작했다.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곡으로, 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작품 30>에서 열정을 보여줬다면 이 곡에서는 정서에 더욱 초점을 두고 연주했다. 음악에 젖어있는 표정은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음을 연주한 후 김선욱은 음악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관객들이 김선욱의 에너지에서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김선욱 자신도 자신의 피아노 예술세계에서 천천히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 선곡과 연주 모두 감동적이었던 시간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는 선곡과 연주 모두 감동적이었던 시간이었다. 정규 프로그램에서의 곡이 열정적이었다면 앙코르곡은 부드러움과 서정성을 강조했다. 앙코르곡인 차이콥스키 <발레모음곡 ‘백조의 호수’ 중 제2곡 ‘왈츠’>는 열정의 세계로 이끈 관객을 제자리로 데려오는 역할을 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f단조, 작품 36>를 비롯해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관악기의 앙상블 좋다는 점이 듣는 즐거움을 높였다. 목관악기는 부드러운 화음을 냈고, 금관악기 너무 절제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조화를 이뤘다. 교향악단의 수준과 성패는 관악기에서 좌우한다는 점에서 볼 때,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귀를 즐겁게 했다.
 
KBS교향악단의 현악 연주 또한 물론 훌륭하지만 관악 연주에 주목된 이유는 관악 파트, 타악 파트가 훌륭할 경우 오케스트라가 정말 하나의 연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악 연주자는 많은 인원이 함께 소리를 만들고 악기의 특성상 조화로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개인 역량보다 팀워크가 중요한데, 관악 파트의 경우 개인 역량 또한 크리티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팀파니 연주자는 무대 정가운데 위치해 마치 진군할 때 북을 치는 것처럼 연주했는데, 팀파니가 중앙에 위치했을 때 만들어내는 소리의 장점 또한 들려줬다. 팀파니에 가장 가까운 위치인 합창석 중앙 맨 앞에 앉았던 관객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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