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도쿄 마쿠하리 메세. 도쿄오토살롱이 열린 이곳에 당대 최고의 클래식카들이 모여들었다. 일본 BH옥션에서 주최한 드림카 50대의 경매가 진행되는 자리였다.
이곳에는 페라리, 포르쉐 등의 명차와 더불어 수많은 일본차가 자리를 빛냈다. 혼다 S600, 토요타 스포츠 800 같은 차도 간간히 눈에 들어오긴 했으나,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차는 스카이라인 GT-R이었다.
이런 모습에서 대변되듯, 닛산은 아이코닉한 모델들을 많이 남긴 메이커다.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본차들 중에는 과거 화려한 시절의 명차를 찾기 힘들지만, 닛산의 탄탄한 기본기는 여전하다. 르노와 닛산이 공동 개발한 CMF 플랫폼을 이용해 닛산 로그, 캐시카이, 르노 꼴레오스, 르노삼성 QM6 등의 다양한 차를 만들어 내면서 쌓은 내공이 상당하다.
최근 한국닛산이 론칭한 엑스트레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판매 중지된 캐시카이의 뒤를 이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차다.
엑스트레일은 캐시카이와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비슷하다. 신차라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이다.
최초 등장은 2000년이었다. 2세대는 2007년에 나왔고, 2013년에 3세대가 출시됐다. 현재 모델은 3세대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인 3.5세대다.
전체적인 인상은 다부진 육상선수를 보는 것 같다. 1, 2세대와 달리 온로드 주행성능에 중점을 두면서 날렵하고 깔끔한 스타일로 완성했다.
체구는 보통이지만 적재공간은 넉넉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65ℓ이고, 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1996ℓ까지 늘어난다.
파워트레인은 2.5ℓ 가솔린 엔진과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CVT)로 구성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변속뿐 아니라 내구성에서도 정평이 난 조합이다.
최고출력 172마력과 최대토크 24.2㎏·m는 각각 6000rpm, 4400rpm에서 나온다. 고회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과거 무단변속기에서 보던 밋밋함은 사라졌다. 계단을 오르듯 기어를 하나하나 올리는 재미를 살린 D 스텝 튜닝이 가미해진 덕분이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의 서스펜션은 부드러움과 탄탄함 사이를 넘나든다. 너무 물렁거리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승차감이 절묘하다.
연비는 2륜 구동이 도심 9.9㎞/ℓ, 고속도로 12.9㎞/ℓ, 복합 11.1㎞/ℓ이고, 4륜 구동은 각각 9.6㎞/ℓ, 12.0㎞/ℓ, 10.6㎞/ℓ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으로 저공해 3종 차량 인증도 받았다. 토요타 라브4 2.5 2륜 구동과 비교하면 복합 연비는 똑같지만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는 엑스트레일이 우수하고, 4륜 구동의 경우 엑스트레일이 전부 앞선다.
엑스트레일의 가격은 2륜 구동이 3460만원, 4륜 구동이 3750만원, 4륜 구동 테크 모델이 4120만원이다. 이 가격대에는 토요타 라브4와 혼다 CR-V, 지프 컴패스, 포드 쿠가, 푸조 3008 등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다 판매 1위는 토요타 라브4, 2위는 푸조 3008이다.
1, 2위와 3위 이하의 판매대수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엑스트레일이 당장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닛산으로서는 혼다 CR-V나 지프 컴패스 같은 중위권 모델들을 누르는 게 급선무다. 제품을 만들어놓고 소비자를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국내 고객들이 엑스트레일을 인정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알리는 게 필요해 보인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잘 달리고 연비도 좋다. 제품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