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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김양훈 개인전 ‘꿈틀거리는 幸運 展(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빨간색은 안정감과 보호의 공간을 연상

발행일 : 2019-02-26 13:54:05

김양훈 개인전 <꿈틀거리는 幸運 展(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이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인사아트(구 인사아트스페이스) 본전시장(1층)과 특별전시장(B1)에서 전시됐다.
 
빨간색 배경이 안정감을 주고 안전해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인데, 지느러미의 확장을 통해 대상과 배경이 분리되지 않게 만든 작가의 아이디어와 표현력이 돋보인 전시였다.
 
◇ 김양훈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05, 324×130cm, oil on canvas’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05, 324×130cm, oil on canvas’를 직접 처음 본 느낌은 무척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은 흥분, 불안, 분노 등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열정과 힘을 상징하는데, 이 작품에서의 빨간색은 안정감과 보호의 공간을 연상하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진으로 찍은 첨부된 이미지는 실제 작품의 색감을 모두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05, 324×130cm, oil on canvas’. 사진=김양훈 제공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05, 324×130cm, oil on canvas’. 사진=김양훈 제공>

작가는 약 30번 정도 색을 칠함으로써 원하는 색감을 얻었다고 밝혔는데, 만약 한두 번 더 색이 입혀져 무거워질 경우 처음부터 다시 바탕색 작업을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디테일한 감각과 감성으로 만들어진 빨간색은, 사람을 밀어내거나 두려워서 움츠리게 만들기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점점 빨려 들어가게 한다.
 
열정과 분노의 균형을 통한 안정감은 그림 속 물고기들이 현재 움직이고 있다는 동적 느낌과 순간에 머물러 있다는 정적 느낌을 동시에 전달한다. 각각의 물고기가 생생하게 표현돼 있는데, 그림 속 물고기들을 이어서 바라보면 하나의 생명체같이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의도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물고기들이 보여주는 개별과 집단의 조화는, 전체적으로 그림을 봤을 때와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 봤을 때 다른 묘미를 느끼게 만든다.
 
◇ 김양훈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5, 130×163cm, mixed’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5, 130×163cm, mixed’는 현대판 민화 느낌을 준다. 서양화가인 작가가 동양적 감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5, 130×163cm, mixed’. 사진=김양훈 제공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5, 130×163cm, mixed’. 사진=김양훈 제공>

이 작품을 보면 3D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고급 기법이 떠오른다. 2D 애니메이션이 주로 수채화 같은 정서를 형성한다면, 3D 애니메이션은 입체적인 역동감을 만든다. 그런데 입체성을 강조하다 보면 대상과 배경의 분리가 일어날 수 있고, 분리되지 않으면서 입체감을 살리는 게 중요한 기술적인 포인트이다.
 
김양훈 작가의 작품을 보면 물고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배경과 잘 밀착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미지가 아닌 실제 그림으로 봤을 때 더욱 그러하다. 작가는 경험을 통해 이점을 개선했다고 말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지느러미라고 밝혔다. 특허를 부여해도 될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꿈틀거리는 물고기들의 눈이 사람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애니메이션에서 대상을 의인화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겨진다. 물고기의 눈과 지느러미는 모두 감정을 표현하는데, 눈이 현재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지느러미는 감정의 여운, 행동에 녹아있는 감정을 표현한 것처럼 볼 수도 있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확장된 지느러미는 물고기가 입고 있는 화려한 파티의상같이 보이기도 한다.
 
◇ 김양훈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8, 35×35cm, mixed’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8, 35×35cm, mixed’는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작품이다. 앞의 두 그림을 무대 공연 사진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그림은 흑백 프로필 사진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8, 35×35cm, mixed’. 사진=김양훈 제공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8, 35×35cm, mixed’. 사진=김양훈 제공>

색을 배제하고 흑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물고기의 형체와 움직임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그 움직임이 있게 만드는 물고기의 내면을 상상하게 된다. 얼핏 보면 한 마리의 물고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뒤에 한 마리의 물고기가 더 있는데, 당당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내면과 살짝 숨어 있는 작가의 또 다른 내면을 동시에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앞에 있는 물고기는 꼬리지느러미 쪽이 머리 못지않게 강렬하게 표현돼 있는데, 추진력과 역동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물속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전시 제목 표현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이 아닌 ‘꿈틀거리는’이라는 것을 작품들과 연결해 생각하면, 이 정도 역동성은 꿈틀거리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김양훈 작가의 내면 스케일이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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