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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선댄스영화제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발행일 : 2019-03-01 16:56:36

에르네스토 콘트레라스 감독의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Sueno en otro idioma, I Dream in Another Language)>는 멕시코와 네델란드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제33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소멸 위기의 고대 토착 언어 ‘시크릴어’를 구사하는 마지막 원어민 이사우로(호세 마누엘 폰셀리스 분)와 에바리스토(엘리지오 메렌데즈 분)는 젊은 시절 크게 싸우고 서로 말을 섞지 않은지 50년이 넘었다. 젊은 언어학자 마르틴(페르난도 알바레스 레베일 분)은 이들을 설득하려 하고, 신비의 언어 시크릴어에 감춰진 두 사람의 못다 한 이야기, 그들의 진짜 비밀이 드러난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직접 보면 선댄스영화제와 관객들이 왜 이 영화에 주목했는지 알게 된다. 시크릴어의 비밀과 이사우로, 에바리스토, 두 남자 사이의 비밀은 정서적인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국적인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르틴과 주비아(파티마 몰리나 분)의 비밀은 과거의 두 가지 비밀을 현재의 비밀처럼 느끼게 만든다.
 
◇ 판타지를 자극하는 시크릴어! 태초에 여자는 새 + 땅을 걷는 최초의 남자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는 영화 초반에 시크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태초에 여자는 새였고, 땅을 걷는 최초의 남자를 그 새는 사랑하게 됐다. 남자도 새를 사랑했으나,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맺어지기가 어려웠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서 새는 남자에게 밀림 속 만물의 공용어인 시크릴어를 가르쳐 주기로 했고, 둘의 결합으로 태어난 게 인간이라고 알려준다. 그때부터 세상에 번성한 인간과 동물은 시크릴어를 쓴다고 말한다.
 
영화 속 설명에 따르면, 시크릴어는 사람의 언어가 아니라 밀림 속 만물의 공용어, 자연의 언어라는 의미를 지닌다. 시크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어만 자연의 언어라고 여기는 게 아니라, 그들 또한 자연 혹은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에서 젊은 언어학자 마르틴이 몰랐던 것은 관객인 우리가 몰랐던 것과 같다. 영화에서 마르틴은 전형적인 외부인이다. 이사우로와 에바리스토는 내부인이지만, 그들이 동시에 사랑한 것으로 추정됐던 마리아는 시크릴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외부인으로 설정돼 있다. 에바리스토의 손녀 주비아는 내부인이면서, 내부인과 외부인을 연결하는 존재로, 내부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관객이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를 보면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할 때, 누구에게 감정이입했는지에 따라 영화 속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게 될지, 제3자의 눈으로 영화를 보게 될지가 달라질 수 있다. 관객은 외부인에 감정이입할 수도, 내부인에 감정이입할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50년 동안 말을 섞지 않았다? 평생 용서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비밀! 영화를 직접 관람하면 선댄스영화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서로 말을 섞지 않은지 50년이 지났다. 만약 말을 했다면 두 사람 사이는 더 빨리 풀렸을까? 화해를 원할 수도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화해를 청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존심이 아닌 다른 지키고 싶었던 것 때문에 화해를 청하지 못했다는 점은 영화 후반부를 관통하는 큰 울림 중의 하나이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언어가 있어서 서로 갈등이 생기지만, 언어를 통해 빨리 화해할 수 있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는 언어가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마음이 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말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강렬하다. 언어는 인위적으로 생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언어에는 그 사람들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국어로 표현할 때 언어 외적인 뉘앙스 또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보면 왜 선댄스영화제가 주목한 작품인지, 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작품인지, 50년 동안 서로 말을 왜 섞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 마리아가 본 것을 관객들도 보게 되는데, 영화와 영화 속 사람들을 바라보는 감정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 이때부터 영화에 더욱 몰입하는 관객도 생길 것이고, 영화로부터 마음을 접는 관객도 생길 것이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삼각관계가 아닌 또 다른 조합의 삼각관계에서 인간 내면의 솔직한 마음, 솔직한 사랑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카타르시스를 줄 수도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스틸사진.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우리가 끝까지 보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각자가 평생 간직한 마음의 응어리는 무엇일까?
 
영화는 시크릴어처럼 우리가 끝까지 보존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 각자가 평생 간직하고 있는, 해결하고 싶은데 해결하지 못하는 마음의 응어리는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해결하고 싶은데 해결하지 못하는 마음의 응어리는, 직면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피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왜 직면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생 동안 마음의 회피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아픔과 고통 또한 존중해줘야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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