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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캡틴 마블’ 새로운 히어로를 론칭하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발행일 : 2019-03-06 07:00:00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감독의 <캡틴 마블(Captain Marvel)>은 새로운 히어로를 론칭하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내가 나의 감정과 싸워야만 한다면?’이라는 질문은 감정이입한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나의 뇌를 열어 내 기억을 훔쳐보는 설정이 머지않은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 또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새로운 히어로를 론칭하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캡틴 마블>은 초록색 피가 주는 호기심, 자신의 기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여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한다. 악몽을 꾸기 때문에 잠을 자는 게 두렵고 수면제를 못 먹는다는 그녀의 말은 히어로라기보다는 결핍을 가진 일반 사람을 연상하게 만든다.
 
크리 스타포스 사령관 월터 로슨(주드 로 분)은 비어스(브리 라슨 분)에게 기억이 의심을 낳고 의심이 널 약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무언가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말에, 비어스와 관객들은 모두 멈칫할 수 있다.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은 첨단 기술을 보여주고 새로운 히어로를 론칭하면서도, 분노, 평정, 의심, 믿음 등 인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새로운 히어로에게 첨단 전투력만 부여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투여해, 시각적 화려함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블록버스터 팝콘 무비가 아닌 깊게 느끼고 감명받게 만드는 진짜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얄미울 정도로 똑똑하다고 느껴지는데, 단순히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인 작품이 아닌 탄탄하고 촘촘한 이야기를 가진 영화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시리즈로 이어간다는 점이 주목된다.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내가 나의 감정과 싸워야만 한다면?
 
<캡틴 마블> 초반에 비어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언뜻 떠오르는 기억의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진짜 기억인지 누군가 주입한 기억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자신의 감정과 싸워야 하는 비어스를 보면, 현대를 사는 우리 모습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캡틴 마블>을 실제로 보면 영화의 반전이 일어나기 전, 주인공에 대한 정서를 쌓아가는 과정 중에 더욱 감동받고 재미를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무의식 속에 공포가 숨어 있다’는 말은 비어스를 두렵게 만드는데, 그런 표현이 관객 자신을 지칭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망각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일 수도 있는데, 이런 말이 악용되는 것을 경험한 관객은 비어스의 모습을 보며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비어스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 다른 사람이 나의 뇌를 열어 내 기억을 훔쳐본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한 기억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다른 사람이 나의 뇌를 열어 내 기억을 훔쳐본다면 어떨까? 영화 속 설정이 머지않아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캡틴 마블>을 보면서 더욱 두려워질 수 있다.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비어스의 뇌를 들여다보며 기억을 검색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비어스의 과거를 빠르게 알려주는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캡틴 마블>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영화이지만, 4월에 개봉할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의 희망이 될 새로운 히어로를 탄생시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캡틴 마블’의 탄생에 대한 이유와 명분을 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쉴드 요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와 스크럴 리더 탈로스(벤 멘델슨 분)는 각각 모두 격발과 반전을 주는 인물인데, 캡틴 마블에게 시련과 갈등을 주기도 하고 지지와 협력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은 인간다움과 인간답지 않음이 공존하는 영화이다. 히어로의 엄청난 추격신과 고전적인 카 체이싱이 같은 장면에서 펼쳐지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날리기도, 지지하면서 토닥이기도 한다.
 
반전 이후에 시원하게 질주한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촘촘하던 이야기가 갑자기 느슨해진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로 입성한 캐릭터들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갈릴 수 있는데, 만약 논란이 된다면 <캡틴 마블>에서 끝날지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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