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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에 북받쳐 입술을 파르르 떤 이진기

발행일 : 2019-03-09 10:00:00

육군본부 주최, 쇼노트 제작,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육군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가 2월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 우리는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이 두 가지 문장은 노래와 대사로 계속 반복되는데, 찡하다 울컥해지고, 울컥하다가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노래와 대사의 반복 속에 그 의미를 점점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서, 슬프다고 느꼈던 시간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불과 100년 전 이야기라는 점,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역사라는 점이 가슴에 훅 박힌다.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 죽어도 죽지 않는다! 우리는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신흥무관학교>에는 노래와 대사로 계속 반복되는 두 개의 문장이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 우리는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이 두 가지 말은 이 뮤지컬의 부제인 ‘우리들의 청춘, 이 세상 끝까지 간다!’와 연결된다.
 
뮤지컬 처음에 찡한 느낌이 들었다면, 반복해 이 두 문장을 들으면서 울컥해지고 어느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뮤지컬 속 시간, 아니 신흥무관학교의 그곳으로 그곳 사람들의 마음으로 가는 듯해 가슴이 먹먹하다.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우리의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말은 동지들의 안전을 위해 정보를 남기지 않는다는 의미와 함께, 이름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잘 모를 수 있다는 의미를 함께 전달한다고 생각된다.
 
내가 뭘 했는지, 내가 이 나라를 위해서, 내가 이 시대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내 청춘을 어떻게 바쳤는지 기록조차 남길 수 없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편안하게 뮤지컬을 보고 있어도 되냐 민망해진다.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 같은 시대를 살았던 네 명의 청춘들! 뛰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준 지창욱, 조권, 홍서영, 신혜지
 
<신흥무관학교>는 주로 네 명의 시선과 감정으로 스토리텔링이 전개된다. 경술국치에 자결한 유생의 아들이자 신흥무관학교 학생 동규(지창욱, 고은성 분), 이회영(김성기 분)이 거둬 키운 아이, 신흥무관학교 학생 팔도(강하늘, 조권 분), 대한제국 군대 해산 당시 홍범도 부대 주둔지에 살던 아이, 신흥무관학교 학생 나팔(이태은, 홍서영 분), 마적단이 데려다 키운 조선 아이 혜란(임찬민, 신혜지 분)이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출연한 지창욱, 조권, 홍서영, 신혜지는 정말 멋진 호흡을 보여줬다. 지창욱은 ‘역시 지창욱’이라고 느끼게 만들었고, 조권은 개인기를 배제하고 팔도에게 몰입했다는 점이 주목됐다. 신혜지는 혜란 캐릭터의 반전 전후를 관객들이 개연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기를 펼쳤다.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홍서영은 나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여성성을 강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자와 똑같이 보이려고 과장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무심한 모습을 일관성 있게 잘 표현했는데, 극 후반부 소리를 지를 때 떨리는 목소리는 나팔이 아닌 홍서영이 실제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에 북받쳐 입술을 파르르 떤 이진기
 
일본 육사 출신 독립운동가, 신흥무관학교 교관 지청천 역에는 김성규와 이진기가 더블 캐스팅됐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출연한 이진기는 하이 바리톤 느낌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굵은 목소리로 가사 전달력이 좋아 관객이 몰입하는데 도움을 줬다.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는 이진기의 등장에 지청천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보이그룹 샤이니의 온유라는 이미지가 떠올라 오히려 관객의 몰입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할 수 있었는데, 실제 관람하니 이진기는 목소리와 노래는 카리스마 넘쳐 호소력과 집중감을 무대에 선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돌 배우가 출연할 때 이런 상황은 다른 배우에게도 해당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다른 배우는 공연 초반부터 출연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점점 더 배우의 이미지에 몰입하게 되는데, 이진기는 극이 한참 진행되고 나서 등장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얼굴을 보고 느끼는 감정의 진도와 몰입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온유가 아닌 이진기를, 아니 지청천을 빠르게 표현했다는 것이 돋보이는 것이다.
 
동규, 팔도, 나팔, 혜란 등 4명의 배역은 뮤지컬 초반부터 등장하지만, 지청천은 후반에 처음 등장한다. 지청천은 처음부터 관객들과 교감하며 같이 온 캐릭터가 아니다. 게다가 일본 육사 출신인 독립운동가이기 때문에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다.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이진기는 네 명의 배우보다 더 튀려고 하지도 않고, 너무 전지전능한 인물로 보이게 하지도 않았다. 뒤늦게 합류했고 일본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관객들에게 거부감과 긴장보다는 믿음과 희망을 떠오르게 만든 것은 이진기의 중심을 잡고 있는 목소리와 가창력, 그리고 담담하지만 강단이 있는 움직임의 힘이라고 느껴진다.
 
다른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열연을 할 때, 대기실이나 백스테이지에서 감정을 쌓아오고 있었을 이진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에 북받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실제로 그 시절에 신흥무관학교에서 독립군을 키우고 있을 때, 아직 신흥무관학교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신흥무관학교에 벌써 와 있었을 실제 지청천의 마음이 이진기 같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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