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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영웅’ 린지(임민지)가 이렇게 매력적인 뮤지컬배우였나?

발행일 : 2019-03-21 07:54:02

뮤지컬 <영웅> 10주년 기념공연이 3월 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많은 등장인물들 중에 극 전체의 스토리텔링과 정서를 주도하는 인물은 안중근(정성화, 양준모 분), 설희(정재은, 린지(임민지) 분), 이토 히로부미(김도형, 이정열, 정의욱 분)이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출연한 양준모는 에너지가 넘치는 진정성으로 안중근 의사를 더욱 멋지게 기억되도록 만들었고, 극의 균형을 잡고 음색의 다채로움을 펼치는 역할을 한 린지(임민지)가 이렇게 매력적인 뮤지컬배우였나 다시 되돌아보게 했다.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 안중근 의사를 더욱 멋지게 기억되도록 만든 양준모
 
<영웅>의 양준모는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에너지를 표출했다. 결의에 찬 모습뿐만 아니라 괴로움에 흐느낄 때를 실감 나게 표현했는데,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끄는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했다.
 
형사범이 아니라 전쟁 포로라고 말할 때의 양준모의 모습은 진짜 안중근 의사처럼 보였는데, 동양 평화라는 큰 뜻을 전달하면서도 죽음 앞에서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누가 죄인인가?”라는 가사는 반복됐는데, 안중근이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판을 흔드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양준모를 통해 안중근 의사가 더욱 멋있게 기억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 린지(임민지)의 노래를 듣기 위해 뮤지컬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영웅>에서 린지(임민지)는 노래를 부를 때 표현하는 폭이 넓고 단차가 큰 데, 소리가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음을 부드럽게 내리고 자연스럽게 올린다는 장점을 발휘했다. 린지의 이런 뮤지컬적 가창력은,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때, 그런 캐릭터의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도 잘 소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감정을 넣어 노래를 부르면서도 가사 전달력이 좋아 관객이 감정이입하기에 좋았는데, 청아하면서도 구슬픈 창법을 사용하기도 해 절절한 감동을 선사했다. 린지는 한 번에 올라가는 고음을 통해, 혼자 무대를 채우는 시간의 존재감도 발휘했다.
 
<영웅>은 남자 등장인물이 많은 뮤지컬이다. 링링(허민진 분), 조마리아(임용희, 임선애 분), 주인게이샤(지새롬 분) 등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뮤지컬 전체의 정서를 관통하는 여자 캐릭터는 설희가 유일하다.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린지는 <영웅>이 너무 남성적인 정서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연기와 노래로 보여줬다. 이토 히로부미와 같이 있을 때의 불안감과 초조감 또한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의연하지도 않게 표현해, 관객들이 몰입해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웅>을 보면서 린지의 노래를 듣기 위해 뮤지컬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맑은 소리, 굵은 소리를 넘나들면서 완급 조절, 강약 조절도 뛰어났는데, 원톱 주인공을 맡는다면 얼마나 더 숨겨진 기량을 발휘할지 기대가 된다.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영웅’ 공연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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